수원 삼성이 프로축구 시즌 초반 가파른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10라운드가 끝난 현재 수원은 7승2무1패(승점 23)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수원 상승세의 중심에는 '효자 용병' 에벨톤C(23)의 맹활약이 자리하고 있다.
에벨톤C를 볼 때마다 수원 관계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지난해 브라질 현지에서 3개월간 관찰한 끝에 내린 결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난 에두(베식타스) 이후 수원의'브라질 용병 농사'가 흉작을 거듭했음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에벨톤C의 본명은 에벨톤 카르도소 다 실바. 지난해부터 성남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벨톤과의 구별을 위해 이니셜 C를 이름 뒤에 붙였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브라질, 정신적인 면에서는 한국 선수의 장점을 고루 지녔다.
그라운드에 나선 에벨톤C는 한 마디로 '독종'이다. 무서운 승부욕과 근성을 과시한다. 172㎝의 단신이지만 브라질 선수 특유의 유연함과 개인기, 스피드를 고루 지녔다. 지난달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9라운드 홈 경기에서 에벨톤C는'브라질리언'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냈다. 0-1로 뒤진 후반 1분 박종진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발리 슛으로 마무리했고 후반 26분에는 오른쪽 페널티지역에서 문전 쇄도하는 스테보에게 정확한 패스를 찔러줘 역전 결승골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의 에벨톤C는 브라질보다는 한국 선수에 가깝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팀을 먼저 생각한다. 벤치의 지시에 순응하고 '주어진 포지션과 출전 시간에 상관 없이 맡겨진 임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다. 수원이 에벨톤C를 영입한 배경에는 이 같은 자세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브라질을 방문한 수원 스카우트 관계자의 눈에 이채로운 장면이 들어왔다. 교체 멤버로 대기하던 에벨톤C는 출전 지시를 받았다가 다시 벤치로 돌아오기를 2~3회나 반복했다. 일반적인 브라질 선수의 경우 분통을 터트릴 상황. 그러나 에벨톤C는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 권한"이라며 조금도 싫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동료 에디 보스나의 생일(4월29일)을 축하하기 위해 라돈치치와 스테보가 성남전에서 득점포 선물을 내걸자 에벨톤C는 "그렇다면 나는 도움 2개를 배달하겠다"고 말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이 성남전을 마친 후 "브라질선수답지 않은 정신 자세를 갖고 있다"고 에벨톤C를 칭찬한 이유가 확인되는 일화들이다.
에벨톤C는 현재 9경기에서 3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어 날씨가 더워지는 5월부터 본격적인 포인트 사냥이 기대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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