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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막을 방검복, 한 척당 4벌이 전부… 목숨 건 단속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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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막을 방검복, 한 척당 4벌이 전부… 목숨 건 단속 여전했다

입력
2012.04.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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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 불법 조업을 단속하던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들이 30일 크게 다쳤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국 선장의 흉기에 찔려 인천해경 이평호 경사가 사망한 이후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12월말 정부는 단속역량과 벌칙을 강화하고 한중 상설 고위급 협의체 등을 통해 외교적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2008년 대책과 비교해보면 예산이 45억8,000만원에서 9,324억원으로 200배 이상 늘었다. 2015년까지 대형 함정을 6척 새로 건조하고 섬광폭음탄을 비롯한 진압장비를 보강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서해관리단의 경우 올 들어 나포한 불법 중국어선은 110척, 지난해 172척으로 해양경찰청보다 많지만,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4,895억원)이 해경 함정과 장비 보강에 배분됐다. 여기에 해경 전용부두 예산까지 포함하면 91%가 해경에 집중됐다. 반면 동ㆍ서해 어업관리단에게 할당된 예산은 782억원뿐이다. 당시 해경에 대한 지원 강화 여론이 빗발치자 관련 예산을 대부분 해경에 몰아준 결과다.

어업관리단은 782억원으로 어업지도선 4척 건조할 계획인데, 그나마 오래된 소형(500톤 이하) 지도선을 1,000톤급 이상으로 교체하는 게 고작이다. 게다가 정원보다 부족한 인원 17명을 충원하고, 지도선이 대형화하면 추가로 필요한 30명을 추가로 뽑는 계획은 아직도 예산당국서 심사 중이다.

이번에 인명피해가 난 서해 어업관리단의 상황은 특히 열악하다. 소속된 지도선 15척 중 1,000톤급은 2척뿐이고 모두 500톤 이하다. 그것도 2개조로 나눠 서해와 남해를 담당하는데다, 수리에 들어 간 선박을 빼면 서해는 통상 5~7척이 맡는다. 사고가 발생한 이날도 겨우 5척으로 제주 마라도에서 인천 백령도까지 2,000㎞의 해상 국경선을 지켜야 했다.

인력과 단속장비는 더 비참한 수준이다. 15척의 지도선에 전체 승선 인원은 210명. 배 한 척당 평균 14명이다. 한 번 출동해 7~10일 해상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단속에 나서고 있다. 선장, 기관사, 항해사, 무전사 등 최소 승선원 6명을 빼면 단속에 뛰어들 수 있는 요원은 7, 8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흉기로 무장한 중국 선원 20~30명과 맞서고 있다.

게다가 단속요원 최소한의 장비인 방검복이 지도선 한 척당 4벌뿐이다. 방검복이 없는 요원은 구명조끼만 입고 도끼와 낫을 든 중국 선원들과 사투를 벌인다. 이군승 서해어업관리단 운영지원과장은 "우리 바다를 지킨다는 신념 하나로 매일같이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소한 싸울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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