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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전주영화제 예술영화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입력
2012.04.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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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65회 칸국제영화제의 포스터는 마릴린 먼로가 장식하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섹시 심벌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흑백사진 속 케이크 위 촛불을 끄는 먼로의 아름다운 자태는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칸영화제는 그렇게 할리우드의 옛 스타의 명성에 기대 프랑스만이 아닌 세계의 영화제임을 은근히 드러낸다.

칸영화제에 이어 세계 '넘버2' 영화제임을 자부하는 캐나다의 토론토국제영화제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를 영화제의 얼굴로 택했다. '007'시리즈가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제는 영국에서 만들어져 첩보영화의 상징이 된 본드의 차량과 의상 등을 전시해 '007'시리즈가 디자인계에 끼친 영향 등을 살필 예정이다. 세계 영화제 빅2가 각각 50주년이란 공통분모로 대중의 아이콘을 내세워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가 흥미롭다.

영화제는 얄궂게도 영화의 운명을 닮았다. 예술과 산업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살길을 찾아야 한다. 세계 예술영화의 후원자를 자임하는 칸영화제도 예외는 아니다. 비경쟁부문 등에 할리우드 최신 화제작을 초대하고, 일급 스타들을 모신다. 매년 이맘때 칸영화제가 발표하는 초청작 명단을 보면 고심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영화제의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대중들도 환호할 영화들을 모셔야 한다는 현실 인식은 예나 지금이나 큰 변함이 없다. 사망 50주년을 빌미로 먼로를 포스터 주연으로 불러낸 데에도 상업적인 고려가 작용했으리라.

국내 2위 영화제라 자부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4일까지 열린다. 국내 극장에서 평소엔 만나기 힘든 여러 독립영화들이 상영되고, 여러 우수 고전영화들도 스크린에 명멸하고 있다. 상영작들의 수준이 대체로 높다는 영화팬들의 호의적인 평가는 올해도 바뀌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영화제가 마니아들을 위한 예술에만 기울어져 있다는 우려는 지난해보다 더 짙어졌다. 영화제를 찾는 해외 스타는커녕 국내 유명 배우조차 보기 힘들다. 영화제의 대중적 위상이 낮으니 백상예술대상은 전주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지난 26일에 시상식을 치르기까지 했다. 국내 유수 영화제로서 체면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전주영화제가 최근 밝힌 영화제 중장기 목표엔 '자립형 국제영화제'와 '지역 경제 활성화 이바지'가 포함돼 있다. 영화제로 돈을 많이 벌어들여 전주시 예산에 기대지 않는 영화제를 만들고, 더불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꿈 같은 포부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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