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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레소리' 만든 조정래 감독·함현상 교사/ "잘 몰라도 몸이 절로 반응하는 국악과 더 가까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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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두레소리' 만든 조정래 감독·함현상 교사/ "잘 몰라도 몸이 절로 반응하는 국악과 더 가까워지길"

입력
2012.04.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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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하는 '두레소리'는 흥미로운 영화다. 국내에선 드물기 그지 없는 국악영화이면서도 희귀 장르인 청소년영화다. 국립전통예술고에 국악합창단 만든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실화 속 주인공 후배들이 연기를 했고 실화 속 교사가 주연을 맡아 TV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일명 '재연 드라마' 형식을 취했다.

어설픈 아마추어 배우들이 연기하고 귀에 선 음악이 화면 사이로 흐르는데도 묘하게 영화가 마음을 뒤흔든다. 국악과 합창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하모니를 맞춰가면서 아이들이 우정을 다져가는 모습, 사제가 서로 마음을 열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하는 장면 등이 진정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 걱정, 입시와는 무관한 합창단 생활에 대한 부모와 학교 당국의 반발 등 현실적인 고민도 놓치지 않는다. 국악영화는 왠지 어렵고, 청소년영화는 나이 어린 소수를 위한 장르라는 선입견에 일격을 가하는, 작지만 강한 작품이다.

조정래 감독과 함현상 전통예술고 음악 교사가 '두레소리'의 시작과 끝을 조율했다. 두 사람은 여러 국악 모임에서 교유하며 형, 동생 하는 사이다. 함 교사가 국악합창단 결성과 공연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조 감독에게 전하면서 영화가 싹을 틔었다. 조 감독은 연출과 시나리오를 담당했고, 함 교사는 연기와 작곡, 각색 등을 맡았다. 25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영화 뒷이야기를 전하며 감독과 배우 이상의 우정을 과시했다.

당초 극중 함 교사는 배우 김석훈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으나 언감생심이었다. "실제 주인공 아이들도 대학생이라 바빠 캐스팅이 안돼 자꾸 촬영이 늦춰지니 나까지 속을 썩여서 안 된다는 생각에" 함 교사 본인이 나섰다. '두레소리'는 제작비 8,000만원의 초저예산영화. 그 적은 제작비조차 조 감독이 국악 좋아하는 선배 기업가에게 손 벌려 마련한 것이다. 조 감독은 "이 영화가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 밖에 없었다"면서도 "개봉까지 하게 될 줄은 예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청소년들의 국악영화 연출에 눈길을 준 건 우연이 아니다. 그는 "대학시절 영화 '서편제'를 보고 엄청 울었고, 영화학과를 다니면서도 고수(鼓手)가 되기 위해 돌아다녔던" 남다른 이력을 지녔다. 결국 그에게 붙은 별명은 북 치는 영화감독. 양악을 전공하려다 고교시절 국악으로 방향을 튼 함 교사의 인생궤적과 죽이 맞을 수 밖에.

국악 애호가 두 사람이 국악영화를 찍었다지만 손발이 척척 맞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함 교사는 "촬영 첫 날 똑 같은 연기를 10번이나 시키길래 '난 배우가 아니다'며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연기를 기대한 게 아니라 화낼 때의 에너지를 활용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조 감독의 말에서 촬영 초기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짐작된다.

학교 공부에 바쁜 고교생들을 한달 간의 촬영 일정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울면서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한 경우"도 있었고 "같은 장면인데도 컷에 따라 등장하는 아이들이 달라지기까지"(함 교사)했다. 그래도 조 감독은 "연기 같기도 하고 연기 같지도 않은 아이들의 모습이 배우들보다 에너지가 넘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두레소리'로 사람들이 청소년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국악에도 친숙하기를 바랐다. "국악을 잘 모르지만 일단 들으면 누구나 몸이 절로 반응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청소년들에겐 우리 사회 현실이 너무나 답답할 거예요. 어른들이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이 저런 말 쓰고 저렇게 사는구나 알았으면 좋겠어요."(조 감독) "시사회 등에서 직장인들이 '두레소리'를 보고선 나도 저 때엔 내 꿈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네요. 그렇게 생각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줬으면 좋겠어요."(함 교사)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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