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나랏빚'으로 평가되는 공공기관 부채가 지난해 60조원 이상 급증하며 사상 처음 국가부채 규모를 앞질렀다. 정부와 공공기관을 합친 채무규모(약 884조원)는 작년 국내총생산(GDP)의 71.6%에 달한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최대 위험요소로 공공기관 부채 증가를 주목했다.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따르면 286개 공공기관의 작년 말 현재 부채(463조5,000억원)는 2010년보다 61조8,000억원(15.4%) 급증하며 처음으로 국가부채(중앙 및 지방정부 합계ㆍ420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정부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작년 말 현재 34.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해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공공기관을 합친 부채규모의 GDP 대비 비율(71.6%)은 OECD가 권하는 적정 국가부채 비율(50%)을 훨씬 웃돈다.
2007년 약 249조원에 머물던 공공기관 부채가 이명박 정부 4년간 86%(약 214조원)나 급증한 데는 각종 정부정책에 공공기관이 대거 동원됐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예금보험공사 부채가 부실 저축은행 지원 탓에 13조3,000억원 급증했고, 정부 물가정책에 따라 전기ㆍ가스 요금을 동결한 한전과 가스공사도 부채가 각각 10조4,000억원, 5조7,000억원 늘었다. 보금자리 사업을 벌인 LH는 9조원, 4대강 사업 주무인 수자원공사는 4조5,000억원 빚을 늘렸다.
예보와 한전 등의 대규모 적자 탓에 작년 공공기관들의 당기실적도 8조4,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달 초 "2007년 이후 한국의 공공부채 증가는 우려스럽다"면서 정부 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한전 등 대표 공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빚이 급증하는 와중에도 지난해 공공기관 직원의 평균 보수는 1년 전보다 3.2% 증가한 6,000만원으로 집계돼 처음 6,000만원대로 올라서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가부채 비율 산정시 공공기관 부채를 제외하면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문제가 없다고 강변해 온 정부의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철주 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앞으로 공기업들도 자체 부채 등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재무구조 개선 등을 통해 신용등급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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