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중국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시 남부 우진(武進)첨단산업구 내 한 공사 현장. 태양광 발전 패널과 태양열 집열판을 머리에 이고 있는 건물 11채가 우뚝 서 있다. 다음 달이면 1만8,000㎡(5,445평) 크기의 부지에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무용 빌딩, 상가 등을 갖춘 대규모 저탄소 시범단지가 완공된다.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씨에레이씨는 "단지 안의 모든 건물이 통풍ㆍ단열ㆍ습도 조절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지능형 에너지 절약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에너지 소비를 기존 건물의 70%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저탄소ㆍ신재생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개발 일변도의 고속성장에서 환경을 중시하는 질적 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기 때문.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21세기 한중교류협회, 중국 국무원,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16~20일 양국 공동 취재단의 일원으로 베이징(北京)과 양쯔강 하류의 장쑤성 일대를 돌아본 결과, 중국은 이미 거대한 친환경 실험실로 변모 중이었다.
베이징시 정부 측이 16일 오후 취재진을 먼저 안내한 곳은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베이징에너지절약ㆍ환경보호센터 청사.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맞춰 친환경 시범 청사로 문을 연 상징적 건물이다. 30여년 된 건물이 개축을 통해 조명 난방 설비는 모두 태양 에너지로 가동되고, 건물 앞 가로등 점등은 풍력으로 이뤄지는 최첨단 건물로 재 탄생한 곳이다.
인근 펑타이(豊台)구의 전기버스 충전소도 눈에 뜨였다. 직원들이 전기버스 양 옆에 5개씩 실린 대형 전지를 꺼낸 뒤 충전된 새 전지로 교체하는 작업을 10분만에 끝냈다. 직접 충전 시 3~7시간씩 걸리는 것에 비해 매우 신속했다. 쑨윈강 베이징공공교통회사 부총공정사는 "현재 베이징시 버스 2만1,000대 중 100대뿐인 전기버스 수를 연말까지 500대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골에선 에너지 자립 실험이 성과를 내고 있었다. 17일 오후 방문한 베이징 북쪽 외곽 화이러우(懷柔)구의 류두허(六渡河)촌은 지난해 8월부터 취사용 가스를 자체 수급하고 있는 저탄소 시범 촌락이다. 마을 공장에서 특산물인 밤 껍질과 옥수수대를 태워 바이오 가스를 생산한 뒤 지하 배관으로 200여 가구에 가스를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주민 류진잉씨는 "연료인 밤 껍질이나 옥수수대를 가져가면 가스로 교환해 주기 때문에 요금은 거의 내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이런 실험들이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절약ㆍ환경보호, 전기차 등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총 10조 위안(약 1,800조원)을 쏟아 붓겠다는 방침을 세워둔 상태. 김시중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정부가 대대적 투자로 시범 프로젝트를 벌인 결과 풍력ㆍ태양광 등 일부 산업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으나 과잉 투자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술력이 앞선 한국과 잠재 시장이 큰 중국이 시범사업 협력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ㆍ창저우=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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