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예정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당내 세력구도 재편과 야권의 대선 후보 경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민주당 내 각 세력은 원내대표 경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노 세력의 핵심 축인 이해찬 전 총리가 당 대표를, 호남 대표성을 내세운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를 맡는다는 역할분담 구상이 관철될지 여부가 이번 경선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망론'에 대한 당내 평가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선 박 최고위원이 당선될 경우 표면적으로 민주당의 리더십은 '이해찬_박지원 역할분담' 취지대로 친노-호남 분점 체제가 구축된다. 양 측은 안팎의 역풍에도 불구하고 역할분담론이 효율적인 대선 전략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경선 결과와 관계 없이 구태의연한 담합에 대한 당내 반발과 당 바깥의 비판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박 최고위원이 탈락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재인 대선후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지목받는 두 사람의 의도가 당내에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면서 당내의 다른 대선주자들이 반전의 계기를 갖게 된다. 이럴 경우 친노그룹 내의 대안주자로 언급되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통합당 탄생 전에 당내 대선주자 '빅 3'로 불렸던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에게도 재도약의 기회가 된다. 당 밖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가장 이로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약화되고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이 뜨지 못할 경우 안 원장의 원심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이-박 합의' 자체가 기성정당의 계파 나눠 먹기나 구태 이미지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안 원장의 존재감이 한층 부각될 것이다.
박 최고위원의 원내대표 경선 당락에 따라 당권 구도도 혼돈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약 탈락한다면 '이해찬 당 대표'카드는 동력을 잃게 된다. 그 대신에 비노(非盧) 진영 또는 탈계파의 입장을 내세울 김한길 당선자 등이 대표 경선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다. 박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될 경우에도 위기의식을 느낀 비노 진영 또는 탈계파 세력이 총결집해 '이해찬 대표' 카드 저지에 나설 수도 있다. 비주류 측의 천정배 의원은 29일 트위터에 "이 고문과 박 최고위원의 연대는 최대 계파 간 현상고수를 위한 몸부림"이라며 "당 개혁과 대선 승리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원내대표 경선은 민주당의 대선 전략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이 '노무현 모델 재연'으로 갈지, 아니면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지 등을 짚어 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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