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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자 떼고… 1000%대 고금리 여전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약발이 안 먹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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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자 떼고… 1000%대 고금리 여전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 약발이 안 먹혀

입력
2012.04.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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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생활정보지에 실린 '119 긴급대출' 광고. 전화를 걸어 "자영업을 하고 있는데 급히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하자, 휴대폰을 맡기면 10일 단위로 돈을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선(先)이자로 40만원을 떼고 열흘 뒤에 원금 10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연 환산 금리로 따지면 무려 1,440%에 달했다. "열흘 뒤에 못 갚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처음에는 무조건 상환해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29일로 정부가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에 나선 지 열흘 남짓. 관계기관이 총동원돼 유례없이 강도 높은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독버섯처럼 퍼진 불법 사금융을 뿌리 채 뽑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실제 한국일보 취재팀이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등에 실린 대출광고를 보고 사금융 업체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아직도 연 수백, 수천 퍼센트의 살인적인 고금리를 요구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잠시 지하로 몸을 숨긴 업체들도 있지만, 단속이 뜸해지면 언제든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등록 대부업체 중에서도 교묘한 방식으로 법정 이자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 군포시 S대부업체는 승용차를 담보로 5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고 했다. 적용 금리는 월 3%. 연간으론 36%로 법정 최고이자율(연 39%)을 준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S사는 담보로 맡기는 승용차의 주차비를 추가로 요구했다. 배(이자 15만원)보다 배꼽(주차비 20만원)이 더 컸다. 주차비를 감안하면 연이율은 84%에 달한다. 하지만 업체 측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깡' 영업도 여전히 성행했다. 무등록 V대부업체는 신용카드 이용 한도가 남아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었다. 업체를 직접 찾아가 본인 신용카드로 100만원을 결제하면, 그 자리에서 현금 84만원을 내준다고 했다. 한 달에 16%의 이자를 챙기는 셈이다. 결제대금은 나중에 고객이 카드회사에 갚는 것이어서 업체 입장에선 대출금 상환 걱정이 없는 '무위험 영업'인 셈이다.

신용카드 이용이 막혀있는 고객은 휴대폰 등으로도 '깡'을 할 수 있다. C대부업체는 휴대폰으로 특정 결제 사이트에 들어가서 결제 최대 한도인 30만원 결제를 요구했다. 결제가 이뤄지면 즉시 20만원을 입금해 준다는 것. 한 달에 20만원을 빌리고 10만원을 떼이는 것이니 연 이율 400%가 넘는 조건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 돈으로 부족하면 집 전화로도 20만원을 추가 결제할 수 있다"고 유혹했다.

물론 당국의 단속이 본격화하면서 상당수 사금융 업자들이 광고를 중단했지만 알음알음 소개받아 하는 불법 영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사채업을 하는 G금융은 20일 이후 모든 대출광고를 중단했다. 업체 측은 "정상 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단속 때문에 광고를 접었다"며 "과거에도 단속된 적이 있는데 이럴 때는 몸 조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금융 업자도 "요새 정부의 단속이 강해서 전화로는 금리나 대출조건을 얘기해줄 수 없다"며 "매일 돈을 받으러 다니는 일수대출이어서 이자를 더 받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싸다"고 호객행위를 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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