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자원 시대가 첫 발을 내디뎠다. 민간 우주개발회사 플래니터리 리소시스(planetary resources)는 최근 소행성 광물 탐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구 주변을 떠도는 소행성에서 광물 자원을 채굴해 활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프로젝트에는 구글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와 영화 ‘아바타’의 감독 제임스 캐머런 등이 참여해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우주판 골드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우주망원경 ‘레오(Loe)’를 2년 안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광물을 채굴할 소행성을 찾기 위해서다. 최초의 민간 우주망원경이 될 레오는 현재 개발 중이다. 소행성을 찾으면 10년 내에 로봇 우주선을 발사, 로봇 광부가 자원을 캐서 지구로 돌아오도록 할 계획이다.
목표로 하는 대상은 ‘지구 근접 소행성’이다. 소행성은 지름이 수m~수십㎞에 이르는 작은 행성. 이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둥글게 띠를 이루고 태양 주위를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한다. 현재까지 수 십 만개가 관측됐지만 수 백 만개 이상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기혁 미래융합기술연구실장은 “소행성대는 태양계 생성 초기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던 행성이 더 자라지 못한 채 깨지고 부딪히면서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은 공전하면서 서로 부딪힌다. 이때 충격으로 본래 궤도에서 튕겨져 나온 소행성 중 일부가 지구 근접 소행성이 된다. 약 9,000여개가 있으며, 가장 가까운 근접 소행성은 태양에서 1.3천문단위(AU)만큼 떨어져있다. 태양과 지구의 거리는 1AU(1억4,960만㎞)다.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지구 근접 소행성에 상당량의 희토류가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기기 부품 등에 쓰이는 희토류는 원소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인 란타넘부터 71인 루테늄까지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을 합한 17개의 원소. 희토류 광석 1㎏에 희토류는 0.2g일 정도로 매장량이 적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자원 전쟁’을 부르는 대표적인 광물로 꼽힌다.
지구에서 희토류를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끊임없는 지각 활동 탓이다. 지표 근처에선 풍화와 지질 작용이, 내부에선 마그마 활동이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희토류 원소가 변형된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센터 최영준 선임연구원은 “지구와 달리 소행성은 태양계 초기에 생성된 이후 큰 변화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원시 원소’인 희토류 함유량이 풍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행성 중에는 만화에서나 봤던 ‘다이아몬드 별’도 있을 수 있다. 행성의 핵은 고온고압 상태다. 행성이 탄소로 이뤄졌다면 핵 주변부에선 고온고압으로 다이아몬드가 생긴다. 이 행성이 다른 행성과 부딪힐 때 핵 주변부가 쪼개져 나오면 다이아몬드가 풍부한 소행성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착륙이다. 소행성대에서 지금껏 발견된 가장 큰 소행성은 세레스. 태양에서 2.8AU 떨어진 이 행성의 지름은 950㎞다. 초당 19.8㎞로 태양 주위를 돈다. 지구에 가까울수록 공전 속도는 더 빨라지기 때문에 지구 근접 소행성에 로봇 우주선을 착륙시키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지름이 큰 소행성은 중력장(중력이 영향을 미치는 공간) 안에 들어가면 중력(끌어당기는 힘)을 이용해 비교적 쉽게 착륙할 수 있다. 하지만 지름이 작은 소행성은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소행성의 공전 속도와 방향에 맞춰 조금씩 접근하면서 착륙해야 한다.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할 때와 비슷하다. 최 실장은 “도킹할 때 우주선과 ISS의 속도가 초당 수m만 차이가 나도 우주선은 큰 피해를 입는다”며 “지름이 작은 소행성에 로봇 우주선을 보내려면 속도 차를 초당 수㎝로 줄이면서 착륙하는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킹 기술을 확보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정도다.
그러나 소행성 광물 채굴이 허황된 건 아니다. 2003년 일본이 발사한 하야부사 무인 탐사선은 지구에서 3억㎞ 떨어진 소행성 이토카와의 흙을 채집해 2010년 귀환했다. 일본은 2014년 하야부사 2호를 발사해 또 다른 소행성 탐사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연구센터 문홍규 선임연구원은 “본격적인 우주 개발 시대가 열린 것”이라며 “한국도 로켓과 위성 발사와 함께 우주자원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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