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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누구를 위한 공공사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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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누구를 위한 공공사업인가

입력
2012.04.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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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9호선의 가격 인상을 놓고 여러 분란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숱한 논쟁이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으로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민관 합동"이니 "민자 유치"니 하는 것들이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그것들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민관 합동 및 민자 유치는 90년대 초 영국의 메이저 수상 당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공공 사업에 민간의 돈이 들어간 것이 어디 그 이전에 없었겠느냐만 이는 독특한 시대적 맥락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그 이전 대처 수상 당시 철도 등의 굵직한 공공사업을 사유화하는 폭력적 조치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투자자들의 사유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투자자가 사업 운영의 여러 사항들에 대해 복잡하게 책임과 권리를 분담하는 새로운 형태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여기에서 부각된 것이 '민간 금융 주도(private finance intiativeㆍPFI)'로 불리는 방식이다. 공공 사업에 본격적으로 민간 자본을 유치하면서 그 금액과 사업 기간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따라서 여러 투자자들의 힘이 필요했던 데에다가 사업 기간 또한 몇 십 년으로 늘어났으니, 이 투자자들끼리 리스크와 수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놓고 다양하고 복잡한 금융 기법과 금융 상품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은, 서울시 한복판의 지하철 사업체가 그것도 계약에 의해서 일정 비율 이상의 수익을 서울시로부터 보장받은 사업체가 무려 연리 15%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희한한 금융 형태다. 뿐만 아니다. 광주나 또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예 연리 20%의 후순위 채권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후순위채권은 기업이 파산했을 때 채무를 변제 받는 순서가 일반 채권보다 뒤로 밀리게 되어 있으며, 그 댓가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메트로 9호선은 국가로부터 수익을 보장받은 기업이니 파산의 가능성도 거의 없다. 결국 남은 것은 대단히 높은 수익률 뿐이다.

어째서 후순위 채권을 발행했는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단지 거대한 인프라 사업에 숱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그들이 컨소시움을 구성하여 자기들끼리 장기간에 걸친 거액 투자에 따르는 다종다기한 리스크를 서로 나누고 분산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태어나게 된 것이라고 짐작할 수밖에. 결국 민자유치에 참여한 사적 투자자들의 복잡한 재무 구조 설계를 거치고 난 뒤 남은 것은 시민들이 지하철과 도로를 만드는 데에 15~20%로 돈을 빌렸으며, 앞으로 몇 십 년간 그 돈을 갚기 위해 계속 세금을 써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사실 뿐이다.

이럴 바에 어째서 민자 유치라는 형태가 필요했는가? 직접 지방채를 발행해 민간 자금을 빌려다 쓰고 합리적인 지배 구조 아래에서 공공 사업으로 진행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겠는가? 나는 이번 메트로 9호선 분란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공공 사업의 바람직한 형태에 대해 지난 몇 십 년간 우리의 생각을 지배해 온 고정 관념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관은 항상 비효율적이며 사기업은 항상 효율적이다"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식 사고 방식이다.

미국의 레이건 전 대통령은 신자유주의가 발호하기 시작하던 무렵 "정부는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정부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는 반대로 말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시장은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시장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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