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불황 속에 조선시장규모가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조짐이다.
29일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말이 되면 글로벌 조선업체들의 수주잔량은 10년 전인 2003년4월 5,040만CGT(재화중량톤수)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최대 선박 발주처인 유럽이 재정위기 이후 신규 선박건조를 크게 줄이면서 조선업계의 일감이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수주잔량은 미국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터진 2008년 9월(2억1,531만CGT)을 정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이후 2010년 12월 1억5,000만CGT 선이 무너진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1억970만CGT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추세면 상반기 안에 심리적 마지노선인 1억CGT도 무너질 것 같다"면서 "올해 말이면 5,000 CGT 대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감이 줄면서 선박 가격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달 클락슨 선가지수는 135.3으로, 지난 2008년4월(13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선가지수가 낮을수록 컨테이너선 등 상선 시장이 악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실제로 최근 한 국내 대형조선사가 수주한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 선가는 1억1,500만 달러 수준 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만해도 1만3,000TEU급 선가가 1억3,000만달러인 점을 감안 하면 한달 새 15% 이상 하락한 것. 핵심 원자재격인 철강재 가격은 오르는 데도 선박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는 고스란히 조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 조선업계가 발주사들에게 '위안화 결제시 가격을 5% 이상 깎아 주겠다'는 파격적인 할인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선가 하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규 선박 수주가 크게 줄어 조선소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컨테이너선 뿐만 아니라 유조선,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가격도 동반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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