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6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두고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 잇단 악재가 터져나오고 있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이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낙마를 불러온 성추문 스캔들에 사르코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측은 "터무니없는 정치 공세일 뿐"이라며 파문 차단에 나섰지만, 결선투표를 코 앞에 두고 터져 나온 의혹이 갈 길 바쁜 사르코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카다피 정권이 2007년 대선 당시 사르코지에게 5,000만유로(750억원)의 선거자금을 지원한 내용의 리비아 정부 문건을 프랑스 온라인 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가 입수해 보도했다. 이전에도 사르코지가 카다피 정권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나왔다는 보도는 처음이다.
2006년 12월10일자로 된 문건에는 당시 리비아 정보부 수장이던 무사 쿠사가 중개인을 통해 사르코지에게 비밀 자금을 전달하는 것을 승인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메디아파르는 보도했다. CNN방송은 문건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르코지는 "(메디아파르의 보도는) 사실 무근인 괴상한 얘기"라며 일축했지만, 결선 맞수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올랑드 측은 "결선투표를 며칠 앞두고 폭로가 나왔다는 것만으로 '괴상하다'고 하면 안 된다"며 "진실 규명은 이제 사법부에 달렸다"고 사르코지를 몰아세웠다. 사르코지 캠프의 나탈리 코시우스코 모리제 대변인은 "지난 대선 자금은 헌법위원회가 이미 문제 없다고 판명한 사안"이라며 "올랑드 캠프의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도 사르코지를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5월 맨해튼의 호텔 여청소부 성폭행 사건에 자신의 정적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소피텔 호텔에서 (여청소부인) 나피사투 디알로를 만나는 것까지 계획하진 않았겠지만, 디알로가 경찰에 고발하도록 상황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스트로스칸이 말한 정적은 사르코지와 UMP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르코지는 그러나 "자신이 저지른 부끄러운 일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너무한 일"이라며 "(자신 있다면 당당하게) 법적 조치를 취하라"고 비난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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