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강제로 집안에 들어가 폭력을 제지하고 피해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은 다행이다. 여성가족부가 개정한'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5월 2일부터 시행된다. 부부싸움은 물론 아동학대의 경우에도 적용될 것이어서 물리적 약자에 대한 심각한 폭력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지는 상황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최근 수원 살인사건을 계기로 112신고 대처가 중요해지면서 가정폭력에 대한 112신고에도 경찰이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개정된 법에는 '출동한 경찰관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현장에 출입하여 조사할 수 있다(제9조 4항)'고 돼 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 조항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ㆍ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이 법이 개정된 데에는 가정폭력을 집안문제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갈수록 폭력이 흉포화하고 피해자가 늘어난다는 여성가족부의 판단이 전제돼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도 '강제 진입'을 허용하고는 있으나(제7조), '부득이한 경우, 합리적 판단, 필요한 한도'로 제한하고 있어 실제 112신고를 받고 집안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책임과 손실비용(문을 부수는 경우 등)을 현장의 경찰관에 지우고 있는 내부규정도 적극적 개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등에선 가정폭력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가해자를 현장에서 체포할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피해자나 주변이 범죄 신고를 할 경우 강제로 집안으로 들어갈 것인지 여부는 현장의 경찰관이 판단할 문제다. 이 문제에 관한 경찰 교육ㆍ훈련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인권의식과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폭력행위방지법이 가정폭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근거를 마련한 만큼 경찰관직무 관련 규정도 상응한 방향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강제진입을 제한하는 규정에 융통성을 부여하고, 경찰관 개인에게 모든 책임과 비용을 떠넘기는 규정도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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