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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설가 옌롄커 '사서' 한국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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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소설가 옌롄커 '사서' 한국판 출간

입력
2012.04.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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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閻連科ㆍ54)는 모옌, 리루이, 한샤오궁, 왕안이, 류전윈, 위화, 쑤퉁, 비페이위 등과 더불어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중진 소설가다. 중국 역사와 현실에 강한 비판 의식을 담은 그의 작품 중 다수는 중국 내 판매가 금지됐다. 인민해방군 병사와 상관 부인의 불륜을 그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당국의 무책임한 매혈(賣血) 장려로 에이즈가 퍼진 마을 이야기인 <딩씨 마을의 꿈> 등 한국에도 소개된 작품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에 한국에 번역된 최신작 <사서(四書)> (자음과모음 발행) 역시 "중앙 정부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중국 판매가 금지된 작품이다. 1950, 60년대 마오쩌둥이 추진한 대약진운동과 그 시기에 닥친 3년 대기근을 소재로 당대 지식인 계층에 가해진 탄압과 그들의 기회주의적 처신을 그린 소설이다. 사소한 잘못 때문에 징발된 지식인들이 수용소 소년 관리자의 당근과 채찍에 휘둘려 철강ㆍ곡물 증산에 투신하다가 비참한 기근을 겪는다. 작품은 제목이 암시하듯 4가지 다른 형식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전개된다.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ㆍ아프리카ㆍ라틴아메리카(AALA) 문학포럼에 참석한 옌롄커를 27일 만났다. 작가는 "<사서> 는 미국 프랑스 일본 노르웨이 등 7, 8개국에서 번역이 진행 중인데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며 "중국 내 반응을 접할 수 없었던 작품이라 한국 독자의 평가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통역은 중국문학 전문 번역가 김태성씨와 자음과모음 저작권담당자 김영란씨의 도움을 받았다.

-소설 무대는 지식인 강제노동수용소 '99구(區)'다. 지식인 이야기를 쓴 이유는.

"(비이성적인 경제 정책이 시행되던)1950, 60년대 중국 지식인들이 겪은 고난은 다른 계층과 비교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회 발언은커녕 자신의 인간적 권리마저 포기하고 침묵했다. 이 소설에서 지식인들의 처지를 극도로 비참하고 힘들게 그렸다. 그들이 비판적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전혀 그렇지 못했던 연유를 보여주고 참회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중국은 지식인의 운명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민간 출판사 20여 곳에 <사서> 원고를 보여줬지만 모두 출간을 거절 당했다고 들었다.

"중국은 작가와 출판사의 친분이 두텁지만 다들 "출판하기 힘드니 이해해달라"고 하더라. 구체적으로 듣진 못했지만 거절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나라도 이런 원고는 거부했을 거다.(웃음) 우선 부끄러운 역사인 대약진운동을 다뤘다. 또한 당국이 애써 덮었던 3년 대기근(1959~61)을 들춰냈다. 홍콩 등지의 자료에 따르면 이 시기 아사를 비롯한 희생자가 3,000만명에 이른다. 2차대전 희생과 맞먹는 대재난이다. 하지만 중국의 젊은 세대는 이런 역사가 있었다는 걸 전혀 모른다. 노인 세대는 자연재해로 인한 비극으로 여긴다. 하지만 대기근은 사실상 인재였다. 나는 소설을 통해 잊혀진 역사를 환기하고자 했다."

-4편의 이야기로 한 편의 큰 이야기를 엮어가는 실험적 구성이 인상적이다. 그중 99구의 지도자인 아이의 열전이라 할 수 있는 '하늘의 아이' 편은 중국소설로는 드물게 창세기 등 성경 형식을 차용했다.

"문학에 대한 정치의 개입이 심한 중국 상황을 감안할 때 (중국문학의 주류인)현실주의는 중국의 현실과 역사를 제대로 묘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포스트모던 기법도 마땅치 않다. 나는 신실(神實)주의를 추구한다. 신도 인간도 아닌 존재인 아이는 내 독자적 문학이론이 반영된 인물이다. 그는 어디서 왔는지, 나이가 얼마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지역을 통치하고 지식인의 변화를 주도해가는 인물이다. 일부에선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일컫는)마술적 리얼리즘으로 내 소설을 설명하지만 신실주의는 이와 다르다."

-베이징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중국문학의 현주소를 읽고 있을 듯하다.

"중국 당국은 이제 작가가 뭘 쓰는가에는 간섭하지 않고 출판 여부만 결정한다. 판매금지된 작품을 홍콩, 대만에서 출간해도 대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 작가들은 당국 통제 하에 집단적으로 창작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개인마다 다른 내용과 작풍으로 글을 쓰고 있다. 1980, 90년대 태어난 젊은 작가들은 인터넷 연재를 중심으로 좀 더 시장친화적인 작품을 쓰면서 내 또래와는 또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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