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여부로 정부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당초 미국의 젖소 광우병 발견 소식에 검역 중단을 시사하다가 이내 미국산 쇠고기 개봉 검사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검역 강화조치만 취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그러자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던 촛불시위 당시의 약속을 어겼다며 여론이 들끓고, 야권은 물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검역 중단을 촉구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정부가 검역 중단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은 이번에 발견된 광우병 사례만으로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 농무부는 캘리포니아의 한 목장에서 사육된 젖소 1두에서 발견된 이번 광우병은 오염 사료를 통해 전염된 게 아니라 사람의 치매처럼 늙은 소에서 자연 발생하는 '비정형 광우병'이라고 해명했다. 또 해당 젖소는 육우용이 아니라는 점, 월령 역시 국내에 수입되는 30개월 이하가 아닌 10년 7개월 된 소라는 점도 확인했다.
각국 대응 역시 정부 입장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수입육 월령 및 부위 제한이 거의 없는 인도네시아 등이 일부 품목에 수입 중단조치를 한 것 외에 수입 규제에 들어간 나라는 거의 없다. 월령 2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하는 일본은 "수입 단계에서 특단의 조치는 필요치 않다"는 공식 입장을 냈고, 유럽연합(EU)은 오히려 "미국 정부의 광우병 감독체계 틀 안에서 문제의 젖소 사례가 발견돼 식품으로 유통되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불필요한 수입 규제조치로 통상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와 전문가 대다수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광우병 트라우마'의 정치적 측면을 감안해 안전성을 납득시킬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마련될 때까지 잠정적 검역 중단조치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통상마찰 여지가 없지 않지만, 결국 자국의 입장을 상대국에 설명하고 유연한 절충점을 찾는 게 통상외교 아닌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