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개인들의 해외 주식이나 채권 투자가 급증세다. 글로벌 증시가 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대박의 꿈을 좇아 해외 직접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올 1분기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한 돈은 58억4,800만달러. 작년 연간 투자액(117억8,700만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일일 가격 제한폭이 없는 미국의 대형 우량주다. 위험도 크긴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 수익률을 낼 수도 있어 공격적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1분기에 미국 주식 중에 가장 결제건수가 많았던 미국 다단계회사 누스킨아시아퍼시픽 주가는 1년 새 98%가 올랐고, 결제건수 2위를 기록한 애플의 주가도 1년간 70% 이상 뛰었다. 스타벅스 주가도 지난 해 동기와 비교해 주가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유진관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팀장은 "유럽 이슈에 관계 없이 애플, 스타벅스 등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해외 직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ETF 시장이 잘 발달된 해외의 경우 금, 은, 설탕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들이 많아 잘만 고르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김세환 키움투자증권 글로벌 영업팀 대리는 "미국은 특히 ETF의 종류가 1,500개에 이를 만큼 시장이 잘 발달해 있다"며 "전 세계 종목 및 상품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시장에 대한 직접 투자도 급증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1분기 일본 직접투자 결제액이 전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여기엔 일본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측면도 일부 있긴 하지만, 작년 말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국내 온라인 게임기업 넥슨의 매매가 급증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비교적 간단하게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것도 해외직접투자 인기의 한 원인이다. 현재 10여곳의 증권사가 해외 주식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처음에 증권사를 방문해 계좌를 만들면 이후부턴 국내 주식을 거래하듯 전화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서는 건 금물이다.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량이 현저히 부족할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정보를 파악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환율 변동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서 수익이 발생한다고 해도 환율이 급락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국내 주식과 달리 22%의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만약 해외 주식투자로 1,0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면 25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의 22%, 165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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