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사단이 미국에서 발견된 광우병 젖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30일 미국으로 떠난다. 하지만 정작 실질적인 검역조사 권한이 없는 한국 조사관들이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30일 조사단을 미국에 파견해 10일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조사단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주이석 동물방역본부장을 단장으로 학계, 소비자단체, 유관단체, 농식품부 및 검역검사본부 관계관 등 9명으로 구성됐다.
조사단은 미국 농무부를 방문해 광우병 젖소 관련 역학조사 및 정밀검사 상황 등을 확인하고 해당 젖소의 연령이 10년7개월로 발표된 경위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젖소 사체가 랜더링(고온에서 멸균처리 후 기름성분을 짜내 재활용하고 잔존물은 퇴비로 활용하는 방식) 시설에서 처리되는 방식도 확인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조사단이 귀국하는 대로 가축방역협의회를 열어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 및 자문을 받은 후 조치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직접 조사가 필수적인 광우병 젖소 농장 방문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여러 차례 브리핑에서 현지 조사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다. 농식품부 측은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농장이 개인 소유여서 농장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 동의를 받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현장방문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우병 조사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젖소의 뇌 조직도 이미 폐기 처분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소의 뇌 조직에서 샘플을 떼 내 광우병 인자인 변형 프리온이 있는 지를 검사해야 하는데, 해당 젖소의 뇌는 이미 폐기돼 샘플 추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측은 “국제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연구진이 이미 샘플 조사를 마쳤기 때문에 우리가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군색한 답변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조사단이 방문할 예정인 도축ㆍ가공ㆍ사료공장은 광우병 발생과 전혀 관련이 없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하는 곳이어서 현장견학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앞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현지에서 확인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 중인 ‘파견 검역관 제도’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5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이후 검역주권 포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주미 대사관 등에 검역관을 보내 미국의 수출작업장 위생 상태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여부 등을 점검하겠다는 취지의 파견 검역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최초 파견된 4명의 검역관 중 3명이 이미 복귀했고 4년 여간 실적도 전혀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축장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독자적인 검역 활동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며 “미 농무부 관계자 등과 연락을 취하는 정도”라고 제도의 허술함을 인정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우리 조사단이 미국에 가더라도 현 수입위생조건상 독자적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다”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통해 조사단의 검역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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