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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이순신 전도사'된 김종대 헌법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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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공감] '이순신 전도사'된 김종대 헌법 재판관

입력
2012.04.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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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헌법재판관은 '이순신 전도사'이자 '이순신 전문가'다. 이순신에 관한 책만 네 번째 발간했다. 충무공 탄신 467주년을 하루 앞둔 27일에는 네 번째 저서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에 대한 출판기념회도 가졌다. 역사학자가 아닌 법관인 그가 왜 이순신 장군의 신봉자가 되었을까. 그는 '운명'이라는 말로 응답했다. 법무장교 시절 서점에서 노산 이은상 선생의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 을 우연히 접한 이후 이순신에게서 헤어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했던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했다. 그는 지금이 이순신 정신과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사랑, 정성, 정의, 자력 등 4개의 가치가 이순신이라는 인간 내면에서 그의 인격을 형성했고, 승리의 리더십도 거기서 탄생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병든 이 세상이 이순신 정신이라는 약재에 의해서 처방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가 이순신이라는 약재를 먹고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순신 학교 설립을 꿈꾸고 있는 그를 만났다.

-왜 이순신에 몰입하나.

그냥 좋아서다. 그런 말을 많이 묻는데 답을 정말 하기 어렵더라. 1975년 법무장교로 지낼 때였는데 장교와 사병 50명을 상대로 교육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 제목도 내가 정해야 했다. 그래서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때 노산 이은상 선생이 지은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 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한번 읽고는'와 이순신이 이런 사람이었나. 굉장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서점에서 이순신을 운명적으로 만난 것이다. 뭐 결혼도 그렇게 우연히 이루어지듯 한 두 장 읽은 뒤 책을 바로 샀고, 두 번 읽고 강연을 했다. 그때부터 헤어나질 못하고 계속 빠져들었다. 신문에서 나는 거, 문제가 됐거나, 뭐 발견됐다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았다. 노산 선생의 책은 1년에 한번쯤은 꼭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생각하고, 내가 일을 하는 것도 거기에 관련해서도 생각해봤다. 이순신에 대해서 간명하고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서 책을 썼다.

-1차 자료는 주로 뭘 사용했나.

제일 중요한 자료가 정조 임금이 만든 <이순신 충무공 전서> 두 권이다. 이순신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한 것이다. 정조가 완전 이순신 팬이어서 자료를 다 모았더라. 난중일기는 물론이고, 이순신 조카가 쓴 이순신의 행로, 이순신에 관해서 사람들이 평한 것, 이순신이 만든 시, 이순신을 칭송한 시, 사랑의 시 등등. 이순신에 관한 전국에 있는 모든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게 이순신 자료의 90%다. 사실은 유성룡의 <징비록> 같은 것들도 보조 자료다. 이들을 이용해서 이순신이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기록을 했다. 그게 내가 해야 될 일이고 해야 된다는 소명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 국민들 중 70%가 역사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이순신으로 꼽지만 그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교과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이순신의 일화가 내 책에 있는 것만 40~50개가 되는데 일반인도 한 두 개쯤은 남한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왜적이 쳐들어올 때마다 이기고, 감옥 가고, 과거시험에서 말을 타다가 떨어졌다는 이야기 정도가 이순신에 대해 보통사람이 아는 수준이다. 어디서 언제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었다는 것을 좀 알리자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책이 너무 길면 지루하니까 250페이지를 안 넘기려 했다.

-이미 세 차례나 발간했는데 또 발간할 이유가 있었나.

동료들 중에 그렇게 묻는 경우도 있다. 법이 개정이 되면 개정판이 나온다. 이순신에 대해 새롭게 발견된 사료가 뭐가 있기에 또 개정판을 쓰느냐는 말이다.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데 나는 책 팔아먹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돈도 안 되거니와 여기 나오는 수입은 단 한 푼도 내가 안 쓰고 이 책의 발간을 맡아준 사단법인 청목문화재단에 기부한다. 100만원이 나오건 10만원이 나오건 수입은 전부 그리 간다. 내가 처음 책을 쓸 때 결론은 이순신은 '공직자의 사표'라고 생각했다. 공직자의 사표가 되는 이순신의 일대기를 쫙 쓴 것이다. 그런데 책을 쓰기 전에는 내 머리 속에 이순신은 하루에 평균 1분 정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쓰고부터는 달라졌다. 강의도 했고 방송도 나갔다. 또 사람들이 나를 이순신 전문가라고 불렀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이순신 연구를 제일 많이 했다고 하더라. '야~ 이거 허명만 높아지겠구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그때부터는 하루에 10~20분, 어떤 때는 한나절 내내 이순신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김훈의 <칼의 노래> 등과는 어떤 차별성이 있나.

칼의 노래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면 부패하고 썩은 기성세대와 당파싸움으로 백성과 국가는 안중에도 없는 지배층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순신이 부르는 칼의 노래는 그 분노를 참아내는 것이다. 김탁한의 <불멸의 이순신> 에서는 이순신이 불멸하는 길은 자살을 하는 것처럼 생의 마지막을 묘사한 것 같더라. 그것들이 문학작품으로는 굉장히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가 공부한 이순신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다. 이순신은 분노를 안을 인격을 갖춘 사람이다. 이순신에게 분노를 참는다는 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그는 '벼슬을 아무리 빼앗아도,심지어 목숨까지 빼앗아도 그 마음에 원망이 없다'고 말한다. 이것은 능히 자신을 이긴 인격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이순신은 자기를 이길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 힘을 바탕으로 외적을 다 깼다. 그 힘을 바탕으로 자기에게 돌아오는 모든 업무, 부당한 처우도 웃으면서 받았다고 본다. 그러니까 분노의 노래를 부를 사람은 아니다.

-이순신의 리더십은 뭔가.

이순신의 목표가 왜적을 무찌르고 국가를 지킨다는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최악의 조건에서 역경을 헤쳐나간다. 이순신이 치른 전투는 대개 20대1 아니면 10대1로 불리한 전투였다. 그럴 때 마다 승리했다. 원균은 엄청난 전력을 갖추고도 졌는데 이순신은 찌꺼기를 모아서 싸웠는데도 이겼다. 이것이 내 마지막 공부의 주제다. 성공한 사람으로서의 리더십이 무엇일까. 도대체 이순신의 리더십이라는 것은 그의 내면에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을까. 이순신의 내면을 공부하자고 생각했다. 내면을 공부하자니 그가 공부한 <논어> 도 읽어봐야 하고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우리 학자들은 거북선이 좋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하지만 마지막 시점에 거북선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의 내면을 볼 수 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이순신을 수양을 쌓은 선비와 같았다고 말을 한다. 이순신 초상화를 보면 전부 고운 선비처럼 그려져 있다. 우락부락한 장군 같은 모습은 아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얻은 결론은 이 사람은 공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공적인 가치의 근간이 되는 게 이순신에게는 성품이다. 이순신은 타고난 성품을 수양을 통해 잘 키웠다. 사랑이 충만한 정신,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자기 자신, 가족, 후학, 국토 그리고 백성에 대한 사랑이다. 사료를 보면 이순신이 백성을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발견된다. 이것들을 모아보면 이순신은 지극히 사랑이 충만한 성품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이순신은 지극히 정성스러운 사람이다. 타고난 정성스러움을 증폭시켰다. 일이 있기 전에는 철저히 준비하고 목숨을 걸고 그 일에 매진한다. 하지만 일이 끝나면 상벌은 하늘에서 주는 거니까 허허하고 다 놔버린다. 이게 정성스러운 사람의 모습이다. 명량해전이 끝난 뒤에 부하들은 전부 특진하지만 이순신은 승진하지 못했다. 선조가 이순신에게 '이미 벼슬이 높아서 안올려준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순신은 선조에 대해서 불만이 하나도 없었다. 서운하다는 말도 비치지 않았다. 나라를 구했으면 됐다는 것이다. 사심이 없고 공심 하나만으로 버틴 것이다. 이걸 해야 내 백성이 산다. 내 땅이 산다. 이것으로만 싸우는 거였다. 사실 정성과 사랑만 있으면 모든 사람은 성공할 수 있다. 열정이 나오고 기적이 나올 수 있다. 모든 성공한 사람을 보라. 목표에 대한 열정, 사랑이 있다. 또 지극히 변하지 않고, 꾸준하고 정성스럽다. 이 정성이 지극해야 변화를 준다. 정성이 극진하고, 일심이 변하지 않고, 정열과 사랑이 있을 때 성공한다는 거다. 이것은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특이한 이순신식 성공법이 또 있다. 첫째는 오로지 바른길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약간 그릇된 길로 가서 성공할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는 사람도 많다. 이순신은 성공 안 해도 좋으니 그릇된 길로는 안간다. 이순신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두 번째는 스스로 힘으로 한다. 배경을 동원하지 않는다. 내 실력, 내 신용으로 한다. 그래서 이순신은 사회생활 적응능력이 굉장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순신은 사랑으로 충만한 지극히 정성스러운 사람이다. 그러니까 사랑, 정성, 정의, 자력 등 4개의 가치가 이순신이라는 한 인간 속에 함의됨으로써 그의 인격을 형성했다. 이순신은 이 인격에 바탕해서 무언가를 하고 모든 사람과 소통해서 그 사람들의 힘을 아우를 수 있었다. 여기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첫번째 책에서는 이순신을'공직자의 사표'라고 정리했는데, 한 발자국 더 나가보니 이순신은 승리한 자였다. 두번째 책이 그런 내용이었다. 이순신의 승리 리더십이 뭔가에 대한 것이 세 번째 책이다. 그렇다면 그 리더십의 밑바탕엔 무엇이 있었을까를 생각한 것이 인격이었다. 이순신식의 성공은 인격이 근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네번째 책의 주제다.

-이순신의 정신 중 정치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것은 없나.

우리가 지도자를 뽑을 때 네 가지를 보면 될 것 같다. 우선 국민을 사랑하는 사람인가, 아닌가다. 국가라는 공적 가치를 항상 당의 가치, 개인의 가치 앞에 놓는 사람, 국민 사랑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변하지 않고 꾸준하게 정성스럽게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다. 세 번째로는 국민을 사랑하되 옳은 길로만 가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사람이다. 남의 나라의 힘을 이용하는 것은 실력이지만 남의 나라에 의존하는 것은 안된다. 선조처럼 명나라에 의존하면 안된다. 그래서 이렇게 자주력을 갖춘 사람, 바른 길을 가는 사람, 정성스러운 사람, 그리고 우리 국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으면 된다. 그게 진심이라면 소통이 된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면 우리 국민들이 다 이해를 한다. 앞으로 이순신 정신을 이해하는 멋진 지도자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선공후사를 강조했다.

이순신이 모함을 당했을 때 선조는 '나는 사형이라 생각한다. 신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논하라'고 했다. 그게 사실상 사형을 하라는 말이 아닌가. 신하들도 일단 고문을 하자고 한다. 보통 고문을 하면 죽는다. 그 때 이순신이 나이가 52살이었다. 그런데 다행이 살아난다. 결국 목숨을 살려주고 백의 종군을 하도록 한다. 계급장 다 떼고 합천에 있는 권율 막하로 간 것이다. 그 때 원균이 전쟁에 패해 이순신이 만들어놓았던 전력을 다 망쳤다. 졸병이건 장수건 다 죽은 거다. 남해 바다는 일본 것이 되어 버렸고 일본은 칠천량에서 대승을 거두고 승승장구하면서 서해로 올라가려 했다. 그때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다. 그런데 재임명장에 보면 선조가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지혜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다. 하여튼 그 때 이순신이 재임명을 받아들인다. 나 같으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데 무얼 가지고 싸우라는 건가. 거느릴 군사도 없다. 듣기에 따라서는 싸우다가 죽으라는 말이다. 선조가 당쟁에 휘둘려서 '이순신을 죽이라'고 했다가 이제 또 싸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명령을 받아들인다. 그릇이 다른 것이다. 사적인 감정이 없는 거다. 만약 왕에 대한 사적 감정이 있다든지 당파싸움에 대한 감정이 있다면 아마 아무 일도 못했을 것이다. 이순신을 이야기할 때 '공직자의 사표'라고 하는 이유는 자기의 사적인 감정 앞에 항상 공적인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공적인 가치를 앞에 두었다가도 가끔은 수정을 한다. 그러나 이순신은 바꾼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은상 선생은 이순신을 '정돈된 인격자'라고 평했다. 정돈을 한번 딱 하면 안 바뀐다. 공은 사의 앞이다. 이순신은'부인이 죽을 것 같다'는 편지를 받는다. 보통사람이면 빨리 가서 임종이라도 할 것 같지만 그는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있는데 내가 지금 나라 일이 급한데 못 간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공과 사가 분명했다. 부인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공과 사가 바뀌지 않을 만큼 정돈이 되어있다.

-이순신에 관한 책은 이게 마지막인가.

지금 이 세상은 병든 세상이다. 이 병든 세상은 이순신 정신이라는 약재에 의해서 처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정신을 어떻게 하면 약재로 만들어서 우리 사회에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 세상이 이순신 정신에 의해서 좀 더 건강한 사회로 갈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여건이 되면 이순신 학교도 만들고 싶다. 서울에 본교 두고, 아산 여수 한산도 등에 분교를 두는 것이다. 거기서 주로 어린이들을 상대로 교육을 하고 싶다. 내가 아니라도 힘있는 사람이 학교를 세웠으면 좋겠다. 단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이순신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문학적 소양도 없고 재미있게 글을 쓰지 못해 답답하지만은 마음만은 그렇다. 또 만화를 그린다든지 동화를 만든다든지, 어린이를 위한 것들도 만들고 싶다. 이 책이 불씨가 되어 이순신의 사상을 우리 사회에 좀 퍼뜨렸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이순신이란 약재를 먹고 좀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 김종대는 누구

1948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임용된 김 재판관은 창원지방법원장을 역임했고 2006년 9월 이후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순신 전도사'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2002년 <이순신 장군 평전> 을 시작으로 <여해 이순신> , <내게는 아직도 배가 열 두 척이 있습니다> 등을 출간했고, 이번에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소재로 한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 를 발간했다.

조재우 선임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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