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 최대 계파인 친노(親盧)그룹이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 간의 '당권-원내대표 역할 분담 합의'를 기점으로 분열되고 있다.
친노그룹이 민주통합당 창당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은 뒤 19대 총선을 통해 당내 주류로 입지를 굳혔지만 '이-박 합의'에 대한 각계 비판이 쏟아지면서 친노 직계가 아닌 세력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박 합의를 적극 지지한 문재인 상임고문 세력을 비롯한 친노 직계가 아닌 '친(親)정세균계'와 중진그룹이 떠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친노 그룹의 핵심 인사는 27일 "문재인 상임고문까지 이-박 합의가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비호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며 "친노의 분화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친노를 비판해 온 박지원 최고위원을 원내대표로 밀어야 하느냐를 두고 이해찬 전 총리 쪽과 생각을 달리 하는 친노그룹 인사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노그룹은 지금까지 문 고문과 이 전 총리, 한명숙 전 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친노 직계와 전병헌 최재성 의원과 오영식 당선자 등을 중심으로 한 '친정세균계', 문희상 원혜영 의원과 유인태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중진그룹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박 합의 이후 유인태 당선자는 "더 이상 나를 친노로 분류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정세균 상임고문 세력에서도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친정세균계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박 합의는 '대선 후보 문재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친노 그룹도 문 고문을 지지하는 친(親) 문재인 그룹과 반(反) 문재인 그룹으로 나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486그룹의 한 인사도 "친노 세력은 결국 문 고문을 대선 후보로 미는 친노 직계와 문 고문을 밀지 않는 세력으로 갈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고문을 지지하는 친노 세력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한 친노 인사는 "대선을 놓고 문재인 고문이 아닌 쪽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친노라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친노 그룹 분화에 따라 민주당 내부 대결 구도도 재편되고 있다. 한 쪽에 문 고문을 지지하는 혁신과통합 세력 등 친노 직계와 친박지원계의 연합이 있고, 반대 편에서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상임고문 등 다른 대선주자 진영과 486 그룹이 이-박 합의 저지를 위해 연대를 모색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친노 직계인 김현 당선자는 "친노ㆍ비노 갈등의 해결책을 궁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문제일 뿐 친노의 분화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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