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당초 알려진 부동산 구입비 10억원 이외에도 1억원 이상을 더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수사 초기 박 전 차관이 받은 것으로 의심된 돈은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가 2008년 1월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전달했다고 진술한 10억원이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1차로 파이시티 계좌를 통해 10억원을 이씨에게 보냈다가 다시 돈을 돌려받은 뒤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 계좌를 통해 이씨에게 재차 송금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로 전달된 10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일단 이씨가 자녀의 전세자금으로 사용하고 갚은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검찰은 그러나 나중에 전달된 10억원은 2007년 5월 박 전 차관이 매입한 서울 용산구 신계동 재개발주택과 부지 대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검찰은 지난 26일 이 전 대표 출석 조사에서 "박 전 차관이 서울시에 있을 때 한 번에 2,000만~3,000만원씩 3~4회 정도 이씨를 통해 돈을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 전 대표는 2005년 12월 이씨의 주선으로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박 전 차관을 소개받아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뒤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돈 전달 시기를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해 27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받았다.
검찰은 또 이 전 대표로부터 "2006년 하반기부터 2007년까지 박 전 차관에게 매달 1,000만원씩 줬다"는 진술과 함께 관련자료를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는 "영준이가 생활비가 없다고 한다"는 이씨의 말에 따라 생활비 보조 명목으로 돈을 전달한 것으로 기억했다. 검찰은 이 돈이 출금 후 현금 형태로 이동한 만큼 명확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관에 대한 수사는 이제 윤곽을 드러내는 단계"라며 "객관적 자료와 진술을 근거로 광범위하게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불명확한 자금 흐름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5일 실시된 박 전 차관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금품수수 혐의를 뒷받침할 의미 있는 증거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조만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