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에서 '새 지도부 리스트' 논란으로 촉발된 각본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중이나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만든 각본에 따라 당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당내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될 뿐 아니라 대선 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공정하고 민주적인 경선을 통해 당 대표나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쇄신파의 대표주자로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27일 MBC라디오에 나와 "누구도 당 지도부 경선에 (특정 인사를) 내정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며 "과거에 '이심(李心)이 누구에게 있다' '그래서 당 대표를 누구로 만든다'는 얘기들이 현실화되면서 당ㆍ청관계가 완전히 수직적인 관계로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쇄신파 김세연 의원도 "총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칫 당직 배분으로 비쳐질 경우 최근의 당 쇄신 작업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도 "각본에 따라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처럼 비치면 당이 오만해졌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대선에서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비박 진영의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각본 전당대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전날 "베일 속에 가려진 신비주의적 방식으로 (당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오 의원은 "전당대회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으면 그 후유증이 대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에서 "2008년 한나라당 대표는 관리형 대표라는 주홍글씨가 있었는데 이제는 지명직 대표라는 낙인을…"이라며 "특정인의 그늘에 가려 새누리당이 독립성과 생명력을 잃어간다면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친박계 다수 의원들은 전당대회와 관련한 말을 아끼며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모습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당분간 친박계의 스탠스는 자중"이라고 말했다. 친박 내부에선 리스트의 유무와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준석 비대위원은 이날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대선 후보 경선 요구에 대해 "민심을 완전히 반영한다는 합리적인 제시이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예전에는 당심과 민심과의 괴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제도 도입에)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의사 소통 폐쇄성 문제에 대해서는 "참모나 측근 의견을 경청하고 거기에 따라 판단하는 편"이라면서도 "가끔 보면 그 판단을 많이 신뢰해서, 사실 관계에 있어서 잘못된 정보가 들어가는 경우 판단이 느리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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