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가 "회사를 강탈당했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 주장의 요지는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 등이 회사를 불법적으로 강탈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전 대표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권력 실세로부터 회사 지분을 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것이 사업권을 뺏긴 발단인 것 같다'는 나름의 추론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파이시티 사건은 인허가 로비 사건이 아니라 훨씬 파문이 큰 대형 게이트로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나 포스코건설은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2011년 1월 법원이 임명한 김광준(49) 파이시티 법정관리인도 27일 기자와 만나 이 전 대표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건설기업 임원 출신으로 법정관리 경험이 풍부한 김 관리인은 파이시티 법정관리인 공모 당시 기존 경영진이던 이 전 대표, 우리은행 측이 추천한 인사 등을 모두 제치고 선발된 제3의 인사다. 그는 "법정관리를 맡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주관한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전 대표의 주장의 대부분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김 관리인은 우선 '우리은행이 파이시티를 빼앗기 위해 억지로 파산 신청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내기 위해서는 우리은행뿐만이 아닌 나머지 8개 채권은행이 만장일치로 합의를 봐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주간사이긴 하지만 나머지 8개 은행을 무시하고 억지로 파산 신청을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채무 반환 능력이 있었다'는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 관리인은 의문을 표했다. 그는 "2010년 파산 신청 직전 이 전 대표가 갚지 못한 초기 이자만 70억원에 달했다"며 "채권은행 전부가 파산 신청에 합의한 것은 그만큼 이 전 대표의 채무 반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산 신청 절차를 밟게 되면 기존 경영자가 법정관리인으로 선정되는 게 일반적인데 파이시티는 법원이 보기에도 재무상의 부실이 뚜렷했기 때문에 경영진을 교체했다는 것이다.
물론 채권단의 파산 신청에 맞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낸 회생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기업회생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때 파이시티는 청산가치보다 계속가치가 높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시공사로 선정된 것은 특혜라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김 관리인은 "제약 조건을 걸어 놓고 시공사를 선정하는 일반 입찰 방식이 아니라, 어떤 업체라도 제한없이 참가할 수 있는 제안공모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외압이 작용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실세가 이 전 대표의 경영권을 빼앗기 위해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다른 모든 건설사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입찰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김 관리인은 "이 전 대표가 부동산 시행사업 업계에서 워낙 로비로 악명이 높아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안다"며 "이 때문에 사업설명회에는 14개 업체가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포스코건설 한 곳만 제안서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회사를 되찾기 힘들어 보이자 파이시티에 대해 근거없는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는 게 김 관리인의 결론이다.
김 관리인은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된 지 4개월 후인 지난해 5월 조직폭력배 3명으로부터 습격당해 흉기에 수차례 찔리는 사건을 겪기도 했다. 이 사건의 주범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김 관리인은 이 사건의 배후가 이 전 대표라고 의심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주기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고 외출시에는 경호원을 대동한다"며 "이 사건으로 불명예를 안게 된 파이시티라는 상호도 바꿀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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