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부순환로나 지금은 사라진 청계고가도로를 달릴 때마다 주위 건물 옥상을 살폈다. 도시 수준을 재는 다양한 잣대 가운데 개인적으로는 옥상의 청결도가 가장 분명했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 대도시 주택ㆍ건물 옥상이 정기검사라도 받은 듯 늘 말끔히 치워져 있던 것과 달리 서울의 옥상은 대개 쓰레기장 같았다. 눈이 잘 가지 않는 곳까지 치워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10년 전쯤부터 일본 못잖게 옥상이 깔끔해진 뒤로는 옥상 정원으로 눈이 돌려졌다.
■ 옥상 정원은 쓰임새가 다양하다. 방수 도료만 잔뜩 덮인 옥상을 잔디밭과 작은 숲으로 바꾼 휴식공간이 삭막한 도심 풍경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기본이다. 녹색식물의 광합성과 증류작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저감과 '열섬' 방지 효과 또한 크다. 도쿄의 경우 건물 옥상을 녹화하고, 벽면까지 특수이끼로 덮으면, 여름철 도심 평균기온을 2도나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콘크리트 벽과 지붕이 자연 녹색으로 덮이면 덤으로 도시의 품격도 높아진다.
■ 더욱 적극적 옥상 활용법도 있다. 공공청사나 학교, 업무용 건물 등 시내 1만여 공공ㆍ민간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총 290㎿의 전력을 생산하겠다는 서울시의 '햇빛도시' 구상이 그런 예다. 131개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로 230㎿의 전력을 얻고, 다중이용시설의 조명등 780만개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는 것 등과 합쳐 '원전 하나'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 2014년까지 3조2,444억 원이 든다는 비용을 잠시 잊는다면.
■ 이번 구상에서 아쉬운 것은 사고의 유연성과 솔선수범 자세다. 도시의 표정을 만드는 요소인 대형건물 옥상은 햇빛도 강하지만 바람도 세다. 발전 효율과 풍경을 함께 고려할 때 태양전지로 덮는 게 소형 풍력발전기를 섞거나, 옥상은 정원에 양보하고 대신 지열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것보다 낫기 어렵다. SH공사가 짓는 서민아파트 단지에 지열 히트펌프와 태양열 패널을 의무화하고, 바람길인 한강 둔치에 텃밭 대신 발전용 바람개비 밭을 만들지는 못할까.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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