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문학자/공원국 지음/민음사 발행ㆍ464쪽ㆍ1만5,000원
지도를 펴고 중국의 서쪽 끝을 본다. 타클라마칸 사막이 펼쳐져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위구르족 말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의, 죽음의 사막이다. 면적 33만㎢, 남북한을 합친 면적(22만㎢)의 1.5배나 되는 광대한 사막을 북쪽 톈산산맥과 남쪽 쿤룬산맥이 막고 있다. 타클라마칸 북쪽은 몽골까지 이어지는 끝 모를 초원 지대이고, 남으로 쿤룬산맥을 넘으면 티베트 고원이다.
<여행하는 인문학자> 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티베트 고원까지 두 발로 누빈 탐험가의 여행기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전공한 30대 후반의 저자는 역사의 현장을 찾아 10여년 간 중국 오지를 다녔다. 책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보는 역사를 만나러 떠난 여정의 감상과, 그 길에 새겨진 역사를 이 책에 담았다. 여행하는>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돼 있다. 지금의 신장위구르 자치주 일대, 알타이산맥에서 톈산산맥에 이르는 초원지대의 주인이었던 몽골 부족 준가르의 세계, 그리고 티베트 이야기다.
저자는 위구르의 역사를 찾아 타클라마칸 사막을 자전거로 종단했다. 책은 고약한 위구르인을 만나 골탕 먹은 이야기 같은 여러 에피소드와, 한때 강성한 유목 제국을 이뤘던 위구르가 초원에서 밀려나 지금처럼 쪼그라들기까지의 역사를 나란히 들려준다.
준가르인들은 17, 18세기 타클라마칸 북부 키르기즈스탄에서 몽골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했으나 청나라 건륭제의 손에 몰살당했다. 200년 전만 해도 초원을 호령했던 이들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서, 저자는 준가르인이 있다는 곳이면 무작정 찾아 나섰지만 만나지 못했다.
위구르와 준가르 이야기에서 북방 초원지대 유목 민족의 역사를 더듬던 저자는 티베트 고원에서 중국의 지배를 받는 티베트의 오늘과 아픈 과거를 돌아본다.
저자는 현재 유라시아 신화 대전 작업을 위해 아시아 전역을 여행 중이라고 한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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