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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19 이송시스템의 후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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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19 이송시스템의 후진성

입력
2012.04.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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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4월 중증환자를 더 살리기 위한 이른바 석해균 프로젝트(중증외상환자 이송연계시스템 구축), 같은 해 5월 고속도로 응급구조시스템 구축, 그리고 올해 3월 전국 도서지역 헬기이용 중환자 이송(Heli-EMS) 체계 구축…최근 소방방재청과 체결한 Heli-EMS 체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앙 119구조단 및 전국 각 시도에 배치된 소방헬기들은 산불화재진압, 산악사고 등 인명구조와 연계한 응급환자 이송 등에 중점을 두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MOU들을 체결하면서, 또한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119는 심뇌혈관 질환, 중증외상환자 등 시간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접수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방헬기를 적극 출동시키고 있다.

실제 수십 차례 119상황실의 요청에 따라 소방헬기를 직접 타고 응급환자 발생현장에 출동, 생명이 경각에 달린 분들을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해 밤을 새워가며 집중치료를 통해 회복하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보람은 함께 출동했던 119대원들과 공유하고 있는 내 기쁨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회나 정부, 의료전문가들까지 한 목소리로 우리나라 중증외상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중증외상센터 설립을 주장하고 있고, 실제 일부는 진행 중이기도 하다.

중증외상센터시스템은 오랜 시간 순번을 기다리거나 병상 부족으로 인근 병원을 전전해야 했던 기존의 응급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미국 매릴랜드 5%, 일본은 10% 수준인 중증외상환자 예방가능 사망률(중증외상치료시스템이 갖춰졌을 경우 예방할 수 있었던 사망자 비율)이 우리나라는 35.2%나 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고군분투해 온 외상전문의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관심과 지원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간과하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병원 전 단계 응급의료체계를 전담하고 있는 119 이송시스템에 대한 개선과 지원이다.

중증외상환자는 사고 현장에서의 신속하고 적절한 응급처치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적정병원으로의 신속한 이송이 선행돼야 한다. 중증외상센터가 설립되면 119대원들은 중증외상환자로 분류된 환자를 응급처치하면서 중증외상센터로 신속히 이송하면 되는데, 이때 Heli -EMS체계 활성화는 필수조건이다.

소방방재청이 최근 응급환자 살리기 일환으로 전국 26대의 소방헬기 중 7대를 Heli-EMS 전용헬기로 지정하고 본격 가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조구급과 내 항공안전계(2명)에서 항공안전, 수색구조, 운항감독, Heli-EMS 업무까지 총괄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매우 걱정스럽다.

예를 들면, 경기소방항공대의 경우 단 10여명에 불과한 항공대원들이 24시간씩 격일로 근무하면서 2대의 가용 헬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중앙의 통제센터도 없이 충청권역까지 운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는 적극적인 헬기 운용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소방보다도 훨씬 적은 수의 헬기를 운영하고 있는 경찰청이나 해양경찰청에도 항공과와 같은 중앙조정기능 부서가 있는 것과 비교된다.

중증외상환자 예방가능 사망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증외상센터 설치와 함께 외상환자 구조와 응급처치, 이송업무를 연계 전담하고 있는 소방방재청에도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항공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Heli-EMS체계가 적극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밤낮 없이 악천후 상황 속에서도 함께 사고현장에 출동해 팀워크 체제를 갖추고 생명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119대원들을 볼 때마다 사명감과 전문성, 그리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소유한 진정한 영웅임을 느낀다.

각종 사고현장에서 안타깝게 죽어가고 있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그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 않나.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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