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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 중] 심재천 소설가 '마리 앙투아네트-베르사유의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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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독서 중] 심재천 소설가 '마리 앙투아네트-베르사유의 장미'

입력
2012.04.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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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요즘 읽는 책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_ 베르사유의 장미> ."

_왜 이 책을.

"요즘 내 머릿속을 리셋하고 있다. 중ㆍ고등학교 때 주입된 교과서 지식들이 지긋지긋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살아가는 데 방해만 된다. 교과서에 반항한다는 기분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랑해보기로 했다. 세계사 교과서에선 그녀를 악녀로 묘사하고 있으므로, 난 그 반대로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이 역사소설이 훌륭한 텍스트가 되어주고 있다. 역시, 내 직감대로 앙투아네트는 괜찮은 여자였다."

_이 책의 좋은 점은.

"첫째, 슈테판 츠바이크의 문장이 좋다. 츠바이크는 인간 심리에 통달한 작가다. 농담 한 마디에 살인 날 수 있는 인간 세계의 어처구니없음을 잘 이해한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비유법을 구사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가슴에 꽂힌다. 둘째, 인간 역사의 치졸함을 파고든다. '프랑스 대혁명'의 발단으로 루이16세의 포경수술에 대한 공포, 왕비의 성적 불만족을 언급한 점이 좋다. 역사는 의외로 하잘것없는 것 때문에 방향이 확 바뀐다. 교과서는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는다."

_인상적인 부분은.

"'불행 속에서야 겨우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혁명 직전, 마리 앙투아네트가 쓴 편지글이다. 그녀가 한때 세상 물정 모르는 왕비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오자 점점 성숙해졌고, 최후에는 황제보다 더 의연했다. 인간의 광기에 떠밀려 단두대에 오르는 왕비의 걸음이 가슴 아팠다. 고등학생 땐 '민중을 핍박하더니 꼴좋다'라고 생각했었는데."

_추천한다면

"내신 1등급이나 A학점을 위해 살아왔던 나날이 허무해질 때. 점수 따기와 상관없이 뭔가를 혼자 연구해보고 싶을 때. 자신의 머릿속에 '마리 앙투아네트: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하는 쭉정이 같은 상식만 가득 차 있다고 느낄 때. 편협한 상식이 격파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그럴 때 읽으면 좋은 길잡이가 된다."

<마리 앙투아네트_베르사유의 장미> 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시인ㆍ소설가이자 일급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가 1932년 발표한 프랑스 국왕 루이16세의 비(妃) 마리 앙투아네트 평전이다. 오스트리아 공주로 태어나 프랑스혁명기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극적인 삶으로 문학적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이 역사적 인물을 츠바이크는 "유난히 영리하지도 유난히 어리석지도 않고, 특별히 선을 베풀 힘도 악을 행할 의사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여인"으로 규정한다. 기존 전기에 실렸던 진위가 의심스러운 선정적 에피소드를 배제하고, 비운의 왕비를 인간적으로 조명했다. 박광자 전영애 옮김. 청미래ㆍ552쪽ㆍ1만3,000원.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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