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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vs 바스크… 내달 10일 총칼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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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vs 바스크… 내달 10일 총칼 없는 전쟁

입력
2012.04.27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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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으로 흔히 표현되는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은 축구에서 절대적이다. 한국도 말할 나위가 없다. 프로축구 한해 농사는 용병들이 좌우한다. 유럽 축구도 경우가 크게 다르지 않다. FC 바르셀로나의 영광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리오넬 메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메수트 외칠(독일), 카림 벤제마(프랑스), 앙헬 디마리아(아르헨티나) 등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중추도 모두 외국인이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용병'을 거부하고 '순혈주의'의 고집을 꺾지 않는 팀이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틱 빌바오다. 외국인 선수에 유니폼을 입히는 것을 거부한다. 게다가 스페인인이라고 해도 바스크 혈통이 흐르고 있어야 입단을 허락한다.

스페인의 지역 감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지역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변방'의 입김이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카탈루냐와 바스크다. 이들은 자치권을 누리고 있지만 스페인 중앙 정부로부터 완전한 분리 독립을 원하고 있다.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팀은 FC 바르셀로나다. 바스크에는 아틀레틱 빌바오가 있다.

바스크의 분리 독립 노선은 카탈루냐에 비해 강경했다. 과격 단체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를 앞세운 각종 테러로 약 8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의 자긍심'을 강조하지만 많은 외국인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해왔다. 그러나 빌바오는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한다. 과거에 비해 완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전히 빌바오 유니폼을 입은 모든 선수의 몸에는 '바스크의 피'가 흐른다. 수비수 페르난도 아모리비에타(베네수엘라)가 예외가 될 수 있지만 그는 스페인과 베네수엘라의 이중국적자로 한때 바스크 대표팀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폐쇄적인 운영 정책에도 불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 시즌 비약이 눈부시다. 빌바오는 27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강 2차전에서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을 3-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2로 졌던 빌바오는 2-1로 앞서던 종료 직전 간판 스트라이커 페르난도 요렌테의 골이 터지며 1ㆍ2차전 합계에서 4-3으로 앞서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빌바오가 유럽 클럽 대항전 결승에 오른 것은 1976~77 UEFA컵(준우승) 후 처음이다.

195㎝의 장신 스트라이커인 요렌테가 뼛속까지 바스크인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나바레주 이루냐에서 태어났고 11세에 유소년 아카데미 입단 후 바스크 지역 하부리그 팀인 바스코니아에 한 시즌 임대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빌바오에서만 활약하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으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던 그는 올 시즌 45경기에서 28골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빌바오는 올시즌 '바스크의 자존심'을 그라운드에서 드높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마침 유로파리그 결승 상대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다. 마드리드에 대한 바스크인의 적개심은 유명하다. 코파 델레이 결승전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붙는다.

ETA는 지난해 무장 투쟁 포기를 선언했다. 총칼로 이루지 못한 바스크의 스페인 주류에 대한 승리를 빌바오가 그라운드에서 쟁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빌바오는 내달 10일 오전 3시45분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의 스타디오눌 나치오날에서 대망의 결승전을 치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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