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원전 납품비리 수사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를 포함한 관리시스템 전반으로 확대될 모양이다. 복마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리의 양과, 직원들이 차명계좌까지 둘 정도로 일상화한 부패구조 등을 감안할 때 수사 확대는 당연하다. 하지만 고리원전 정전사태부터 최근의 비리 수사 과정에서 노출된 전반적 안전 불감증과 기강 해이는 단순한 비리 척결을 넘어 원전 관리시스템 전반에 대한 일대 개혁이 시급함을 확인해 준다.
최근 드러난 비리만 봐도 한수원의 부패상은 원전 안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만한 정도다. 월성원전 제어계측팀장과 고리원전 계통기술팀장은 원자로 중성자 검출기를 밀봉하는 주요 부품인 '실링 유닛'을 프랑스산 정품 대신 국내산 '짝퉁'으로 고리ㆍ광양 원전에 대체 납품토록 하면서 납품업체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았다.
또 고리원전 기계팀장 등 2명은 녹슨 터빈 밸브작동기 중고 부품을 빼돌려 납품업체에게 새 것처럼 손보게 한 뒤 다시 납품 받는 비리를 통해 각각 3억여 원씩을 받기도 했다. 이밖에 고리와 영광원전에선 심사절차 간소화 등 납품업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천 만원이 오가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납품 비리가 고리ㆍ광양ㆍ월성 등 원전 전반에 걸쳐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검찰은 최근 비리 직원의 차명계좌에서 출처 불명인 잔액 10억원을 추가 발견함으로써 차명계좌를 통한 금품 수수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한수원이 검찰 수사에 대해 "대체 납품된 국산 실링 유닛은 안전한 제품"이라고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건 비리보다 더 걱정스럽다. 한수원 내부에선 고리ㆍ영광원전 정전사태에 대해서도 "별 일 아닌 일로 동티가 났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한수원이 2001년 한전에서 분리돼 독립 공기업으로 출범할 때 무엇보다도 책임 있는 원전 관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은 이 회사에 기강 해이와 부패가 용납되기 어려울 만큼 만연해 있는 현실을 드러냈다. 검찰 조사와 별개로 조직개편 등 전략적 쇄신방안이 하루빨리 강구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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