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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동의 허브 아랍에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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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동의 허브 아랍에미리트

입력
2012.04.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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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불황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세 개의 항공사가 있다. 두바이의 에미리트항공,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 그리고 카타르항공이다. 산유국의 튼튼한 재정에 바탕을 둔 정부의 적극적인 허브화 전략에 따라 집중 육성을 받고 있다. 2003년에 설립돼 10년도 안된 에티하드항공의 경우 재작년에 한국, 일본, 중국을 모두 취항하더니 최근엔 남아공, 수단에 이어 세이셸, 리비아, 케냐를 새로운 목적지로 연달아 추가하면서 문자 그대로 허브항공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2010년 초에 문을 연 세계 최고층빌딩(828m)인 부르즈 칼리파를 보러 두바이에 오는 관광객으로 요즘 건물 앞은 늘 인산인해다. 한국 사람들은 백이면 백 건물이 다 찼는지를 물어본다. 항상 그렇듯이 우리에게는 건물의 공실률이 중요하겠지만 허브전략을 추구하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부르즈 칼리파로 인해 엄청나게 늘어나는 관광객과 이로 인한 항공, 호텔, 쇼핑몰 수입과 국가 이미지의 변신이 더 중요해 보인다. 주변에 많은 호텔이 존재하지만 겨울철 성수기에는 비싼 호텔 값에도 불구하고 방을 잡기 힘들다. 12월31일 자정에 163층 건물 전체에서 쏟아져 내리는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조만간 샹젤리제를 제치고 연인들의 새해맞이 명소로 새롭게 자리 잡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도 얼마 전 중동의 문화허브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2015년에 루브르 중동 분관, 2016년에 대영박물관이 지원하는 자이드박물관, 2017년에 구겐하임 박물관을 차례로 열기로 한 것이다. 디자인도 이미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건축설계자들에게 공모해 확정해 놨다. 계획대로 5년 내에 3개의 박물관이 다 완공되고 나면 또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이 진기한 모습을 보기 위해 아부다비를 방문할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마치 "허브화전략이란 이런 것이다"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허브란 사람과 돈이 모이는 교통의 중심지를 의미한다. 뉴욕, 런던, 홍콩이 여러 가지 좋은 입지적 여건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경우라고 하면, 90년대 이후 만들어진 중국의 상해,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국가 개발계획으로서의 허브화전략에 따라 창조된 경우다. 우리도 동북아 허브전략을 수립해 부산 신항만과 인천 송도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성공한 반면 우리가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허브전략에 대한 이해가 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과 아랍에미리트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생각으로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투입을 통해 선투자를 한데 비해 우리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단계적으로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주로 사업별 민자유치 방식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다. 허브화전략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우리도 개별 사업별로 수익성을 따지기 보다는 한 지역 전체가 가져올 종합적인 경제효과에 보다 집중하고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동의 허브인 이곳에 기업체 직원들 외에도 한국의 각종 전문인력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현재 1,000명 정도가 개인적으로 진출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종을 이루는 항공사 승무원이외에도 간호사, 호텔 종사자, 요리사, 한국어강사 등 다양한 직종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사, 교수와 함께 중동 붐을 타고 40, 50대 중반에 제2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진출하는 엔지니어 등 전문인도 늘고 있다. 사람과 돈이 몰리는 아랍에미리트는 서울에서 상상하는 '불모의 사막'이 아니다. 날씨도 1년에 4개월 정도는 20~28도를 오르내리는 비교적 쾌적한 날씨다. 4시간 비행거리 내에 지중해와 인도양, 아프리카까지 잇는 관광의 중심지에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말은 중동을 두고 하는 말이다.

권태균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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