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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람 냄새' '먼지 없는 방' 삼성이 침묵하는 백혈병 노동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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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람 냄새' '먼지 없는 방' 삼성이 침묵하는 백혈병 노동자 이야기

입력
2012.04.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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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김수박 만화/보리 발행ㆍ131쪽ㆍ1만2000원

먼지 없는 방/김성희 만화/보리 발행ㆍ150쪽ㆍ1만2000원

"이 뒷좌석이, 유미가 여기서 죽은 좌석이거든요."

강원 속초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황상기씨의 딸 유미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2003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수원으로 갔다. '클린룸'이라는 작업장에서 반도체 칩을 만드는 재료인 웨이퍼 가공 작업을 하다가 2년 반만에 백혈병을 얻었다. 2년 가까이 투병하던 그는 아빠 택시에 실려 병원 다녀오던 길에 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

투병 중에도, 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황씨는 산업재해 인정을 받으려고 애썼지만 삼성도, 근로복지공단도 인정해주지 않았다. 참다 못한 그가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거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싸움에 나섰다. 이때부터 삼성반도체 피해 문제가 널리 알려지게 됐다.

보리출판사가 전쟁과 폭력, 일상의 차별과 자유, 인권 등을 주제로 내고 있는 다큐 만화 시리즈 '평화발자국' 9, 10권으로 삼성반도체 재해 문제를 다룬 <사람 냄새> <먼지 없는 방> 이 나란히 출간됐다. 각각 황씨의 사연과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만난 남편을 백혈병으로 잃은 정애정씨 이야기를 담았다.

성공회대 하종강 노동대학장은 추천사에서 "'유미가 죽었다'고 딸의 죽음을 알리는 장면에서 24년 전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다 수은 중독으로 고통 받은 '문송면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던 때가 생각나 한동안 숨을 골라야 했다"고 말했다. 이 만화는 많은 이들이 한국 경제의 견인차이자 '청정'하다고 믿는 반도체산업의 노동 현실을,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거대기업 삼성의 행태를 낱낱이, 그리고 가슴 아프게 고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 노동자 인권모임인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 사례는 150여 건, 삼성반도체 등 전자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는 6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었다고 산재 인정 신청을 한 노동자는 20여명. 근로복지공단은 그 동안 산재를 인정하지 않다가 지난 10일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공장 등에서 1990년대 5년 가량 근무한 여성 노동자(37)의 '혈소판 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을 처음 산재로 인정했다. 근무 중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퇴사 당시부터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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