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도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아이비(30ㆍ본명 박은혜)는 2005년 가창력과 댄스 실력, 미모까지 겸비한 대형 신인으로 불리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악재에 시달리다 2년 만에 활동을 접어야 했다. 2009년 재기를 노렸지만 소속사 문제로 날갯짓 한 번 제대로 하지 못 했다. 가수 아이비가 아닌 인간 박은혜로 2년을 보낸 그는 지난해 11월 지난한 송사를 매듭짓고 4년여 만에 정식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데뷔한 지 7년이 됐는데 제대로 활동한 건 2년도 안 돼요. 아직도 방송국 가면 견학 간 것처럼 설레요. 최근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녹화할 땐 긴장돼서 청심환까지 먹었어요."
26일 만난 아이비는 오랜만의 활동에 한껏 달뜬 모습이었다. "몸을 써서 웃기는 걸 좋아해 대학 때 별명이 사이코, 똘아이였다"며 깔깔댈 정도로 속내를 드러내는 데 거침이 없었다. 최근 SBS 예능 '강심장'에서 보여준 엽기적인 표정도 "대중에게 잘 보이려고 위장했던 과거와 달리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에 시도한 것이다.
아이비는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신곡을 내놓고도 방송에 출연할 수 없었던 2년 전의 아픈 기억 때문이다. "가수 아이비의 미래는 가망 없어 보였어요. 나이도 먹어 가는데 자신감은 점점 사라지고…. 다시 노래할 수 있다니 기적 같은 일이죠."
아이비의 지난 7년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했다. 4년의 연습생 생활 끝에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뜨거운 관심만큼 시련도 컸다. 전 남자친구의 협박 사건과 전 소속사와 계약 분쟁 등으로 순식간에 미운 오리새끼가 됐다. 그는 "그때는 스타로서 자질이 부족했고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 했다"면서 "여러 사건을 겪으며 조금이나마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오해도 많았다. 스캔들이 끊이지 않은 탓에 "남자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이미지"가 생겼고, 섹시함을 내세우는 콘셉트 때문에 "노래방만 가도 호스트바에 갔다는 소문"을 들어야 했다. "정말 억울하고 답답했죠. 악성 댓글이 너무 많아서 울기도 했어요. 해명한다고 100% 해결되진 않으니 짊어지고 갈 수밖에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며 아이비는 행복을 다시 찾았다. "가수 아이비를 생각하면 하나도 행복할 게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인간 박은혜로 평범하게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재미를 붙인 아이비는 엽기 사진을 올리고 생면부지의 누리꾼들과 킥킥대는 '인기 블로거 박은혜'로 지냈다. 그렇게 깊은 우울과 무기력에서 놓여날 때쯤 소송이 끝이 났고 그는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연예계 복귀의 신호탄은 27일 발매되는 미니앨범 '인터뷰'다. "경험이 있으니 많은 부분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앨범 제목도 직접 정하고 수록곡 '꽃'의 가사도 썼다. "대형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가수라는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고 그는 부연했다. 6월 10일부터는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도 오른다.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한 번 서면 왜 푹 빠지게 되는지 '키스 미 케이트'에 출연하면서 알게 됐죠. '시카고'는 첫 주연작인데 옥주현 선배가 했던 작품이라 더 긴장돼요. 전 좀 더 사랑스럽고 발랄한 캐릭터로 저만의 '록시'를 선보이고 싶어요."
아이비는 요즘 주위 사람들로부터 "해탈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했다. 마음을 비우니 매사에 감사하게 된다고도 했다.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을 부러워하며 "무대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는 그는 맛보기로 내놓은 미니앨범에 이어 올 연말 댄스 가수로 정식 복귀할 예정이다. "이번 앨범의 목표는 여자 분들이 제 노래를 많이 공감하고 좋아해줬으면 하는 거예요. 연말엔 데뷔 시절 곡 '오늘밤 일'과 '아하'처럼 표정 연기를 더한 미디엄 템포의 댄스 곡으로 제 끼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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