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영포 라인'과 대우건설 출신들로 얽히고설킨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비리 사건에 또 다른 인맥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번 사건의 브로커 이동율씨,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모두 '구봉회(九峯會)'라는 사조직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구봉회는 1998년 최 전 위원장이 평소 가깝게 지내던 후배 8명을 모아 결성한 친목 모임으로 구성원들은 대학 총장, 교수, 기업인, 박사, 고교 이사장 등 사회 유력인사다. 이들은 최 전 위원장을 '회장님' 또는 '아버님'으로 부르며 극진히 모셔왔다고 한다.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까지 불리는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은 이 모임의 연락책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항간에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이 10여명이 넘는다"는 말이 나온 것은 구봉회 모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전 보좌역은 파이시티 사건에 연루된 정황도 최근 드러났다. 그는 2007년 대선 무렵 브로커 이씨의 청탁을 받고 평소 잘 아는 재력가들에게 파이시티 사업 투자를 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김학인(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EBS 이사 선임 대가로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지난해 제기되자 돌연 출국해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다.
구봉회에는 학계와 재계, 교육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 현재 회장은 모 대학 총장이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모임의 좌장은 브로커 이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매달 한번씩 모여 골프를 치고 저녁식사를 했으며,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은 주로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했다고 한다.
브로커 이씨는 지난 12일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구봉회 멤버들에게 알리며 최 전 위원장에 대한 의리를 지킬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실제로 검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최 전 위원장 연루 부분에 대해 입을 다물었으나, 최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금품 수수 사실을 시인하자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구봉회와 이번 사건의 연관성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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