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는 26일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룰을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처럼 경선 룰 때문에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선 룰이 바뀌지 않으면 현행 방식으로 경선을 치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 지사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주력 상품(새누리당 대선 후보)이 되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완재가 되면 대선에서 필승"이라며 "하지만 반대로 되면 굉장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집권 기간은 길었지만 '잘살아 보세'라고 외치는 나라의 교과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당초 예상보다 빨리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
"당내 경선까지 네 달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지금 (선언)해도 늦다. 박 위원장은 10년 전부터 뛰었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때부터 따지면 대략 37년 전부터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지사직 유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등 법적 제약이 많다. 사퇴하지 않으면 사실상 본격적인 행보를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가 그만 두면 보선이 어떻게 되겠느냐' '그 영향이 대선에도 미치지 않겠느냐' '야권에서는 대선주자와 (경기지사 후보가) 콤비 플레이를 통해 승리를 굳히려 할 수 있다'등 내부에서 지사직 사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화두로 던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김 지사의 어젠다를 제시해야지 경선 룰을 가지고 다투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내달 15일에 당헌ㆍ당규를 개정할 수 있는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서는 임박해서가 아니라 지금부터 논의해야 된다."
-박 위원장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는데.
"박 위원장이 고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내가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사무부총장을 지낼 때 당권∙대권 분리와 국민경선제를 주장하던 박 위원장을 여러 번 만나서 (그런 이유로) 탈당하지 말라고 했는데 본인은 그 문제로 탈당했다."
-김 지사의 대선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민생과 통합 문제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삶의 역정과 경험, 비전을 갖고 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통합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대표적인 선진∙통일 국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김 지사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넘기면 박 위원장을 돕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공석이 아니라 사석에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그것을 기정사실화해서 말 바꾸기라고 하면 안 된다. "
-왜 김 지사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라는 절대 강자에 딱 몰려 있다. 야권에는 절대 강자가 없다.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여러 주자가 있어서 유동성이 높다. 반면 우리는 과거 이회창 총재 시절보다도 더 (박근혜) 대세론에 당심이 쏠려 있다."
-박 위원장의 지지율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새누리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잘한 것이다. 하지만 마치 대선 때도 과반을 차지할 것처럼 착시현상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냉정하게 보고 어떻게 하면 한 표라도 늘릴 수 있느냐 하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박 위원장에게는 소통 문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 보고 소통이 어렵다고 하는데 박 위원장은 불통 아니냐."
-대선 후보로 김 지사와 박 위원장의 경쟁력을 비교한다면.
"서민층이나 수도권 지역 주민에게 박 위원장이 당장 도움을 주는 것은 어렵다. 나는 당장 도움을 줄 수 있다. 보육과 주택, 교육, 국방,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박 위원장보다 못할 게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면 공동체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데.
"최근 서울 마포에 있는 박 전 대통령 기념관에 가 봤는데 너무 초라했다. (전직 대통령을)방치하고 욕하고 짓밟고 해서 되겠느냐. 박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유신을 했고 당시 나도 많이 고생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대단한 발자취와 물질적 풍요를 남기신 분이다."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등과 '비박연대'를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모일 필요가 있으면 모여야 하지만 지금은 특별히 모일 필요가 없다. 박 위원장 하고 다 같이 만나자고 하면 의미가 있다. 동년배로서 다 같이 모여 대선 경선 룰부터 정국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 '비박연대' 등의 방식으로 가는 것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안 원장이 무당파인데 지지율이 나오는 것은 '뉴(new) 영(young) 스마트(smart)'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상징을 가진 인물로 일정한 실체가 있고 (젊은이들이) 꿈을 거기에 투사하고 있다고 본다."
-안 원장이 대선주자로 나서려면 지금쯤 나와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기성 정치인과 정당의 룰에 따라 하는 건 너무도 여의도 중심적인 것이다. 여의도 정치의 구태성과 진부함, 편중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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