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SNS가 또 한 사람을 '악마'로 만들 뻔했다. 이 며칠 동안 인터넷공간을 달군 '악마 에쿠스'소동의 발단은 사진 한 장이었다. 21일 한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가 인터넷에 올린'승용차 트렁크에 개를 매달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장면'이었다.
사진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차 주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가 됐다.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유기동물 보호에 앞장서온 가수 이효리 씨도 트위터에 "같은 인간임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다음에는 힘 없는 개로 태어나지 말아라"며 가세했다. 이를 본 차주가 자신을 고소한다는 전화까지 했다고 밝혀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그러나 그 차주는 악마도, 무자비한 동물학대자도 아니었으며 SNS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경찰의 정밀조사 결과 전혀 고의가 없었음이 밝혀졌다. 그 역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일어난 개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차주라며 이효리 씨에게 고소하겠다고 전화를 한 사람도 본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이씨는 정중하게 발언을 사과했고, 네티즌들의 여론도 잠잠해지고 있다.
실수든 고의든 개를 그렇게 죽게 만든 것은 잘못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트렁크에 태울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끈을 짧게 매놓는다든지 하는 등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면 얼마든지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동물보호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개의 죽음만큼이나 끔찍한 것은 경박하고 감정적이고 무책임한 인터넷과 SNS 문화이다. 이번 소동은 그것을 한꺼번에 보여준 사건이다. 말 한마디나 사진 한 장에 흥분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 판단하고 마치 진실인 양 퍼뜨리며 '마녀사냥'을 시작한다. 유명인이나 연예인 한두 명이 거들고 나선다. 진실이 드러나도 믿지 않거나 "아니면 말고"식이다. 그러는 동안 당사자는 인격살인을 당한다. 냉정한 사실 확인과 판단, 신중한 의견 표현, 다른 사람의 인격 존중이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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