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그쳤고 바람도 멎었다. 맑고 푸른 하늘에 확 트인 시야라서 날아가고 날아오는 공도 꽤 날렵하게 눈에 잡힌다. 여전히 텔레비전 끼고 혼자 보는 스포츠를 즐기는지라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야구팬들을 보며 그들의 부지런함에 감탄하는 나라지만 슬슬 예매하는 법이 궁금해지는 걸 보니 조만간 야구장에서 꽃술 흔드는 나를 만날 것도 같다.
야구가 뭐라고, 야구가 뭐기에, 경기에 이기면 휘파람을 불고 경기에 지면 병나발을 불었을까. 그러니까 아빠 얘기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인천, 하면 야구로 잔뼈가 굵은 도시이니 인천 토박이들만의 야구장 문화라는 게 분명 존재했던 모양, 그러니까 아빠 동료이며 아빠 공장 아저씨들 얘기다.
그때도 지금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정치 경제 문화 안팎으로 별별 사건들이 벌어졌을 테고, 그때도 지금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권력을 가진 자들과 돈을 가진 자들에 의해 우리 같은 소시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더럽고 치사했을 터, 어렸던 나라지만 왜 진즉 나는 이해하지 못했을까.
고작해야 바지 뒷주머니에 소주 팩 꽂고 들어가 술 마시며 술에 취해가며 응원을 빙자한 채 고래고래 악을 쓰는 것으로 풀어내야 했던 아빠들의 갑갑한 속내를, 그 스트레스를. 초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애들이 청룡이나 청보 문양이 수놓인 야구 점퍼를 입고 등교하면 다가가 한번만 입어보자고 했던 게 나였다. 그거 사달라고 조르지나 말 걸 그랬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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