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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그룹의 디자인 디렉터, 리코 크로그 인터뷰/ "신제품은 아이들이 결정하죠…레고가 80년 장수한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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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그룹의 디자인 디렉터, 리코 크로그 인터뷰/ "신제품은 아이들이 결정하죠…레고가 80년 장수한 비결입니다"

입력
2012.04.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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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일정한 간격으로 원통이 솟아있고, 아래로는 솟은 원통만큼 오목하게 파여 있는 사각형의 작은 플라스틱 브릭(brick). 이 작은 브릭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여러 개의 브릭을 요리조리 이어 붙여가면 도시가 세워지기도 하고, 고성이 우뚝 솟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봤던 우주선과 바다를 호령하는 함선도 뚝딱 만들어진다. 작은 브릭을 조합해서 만들어내는 끝도 없는 이야기로 어린이들을 사로잡는 이 장난감은 레고(LEGO)다. 덴마크어로 '재미있게 논다'(play well)는 뜻을 가진 'Leg'와 'godt'의 합성어다.

두뇌 개발 놀이의 대명사로 통하는 레고가 세상에 나온 지 올해로 꼭 80년이 됐다. 덴마크 작은 마을 빌룬드에서 아내를 잃고 홀로 네 명의 자식을 키우던 목공소 주인 올레 커크 크리스티안센이 1932년 만든 나무 오리 장난감이 출발점이다. 1930년대 세계적 불황에 허덕이던 시절, 한 상인이 그에게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15년 뒤 그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플라스틱 재료에 눈을 돌렸다. 가업을 이어 받은 아들 고트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모든 제품의 호환이 가능한 '클러치 튜브'를 고안한 것이 1958년이다.

현재 덴마크 본사에서는 수백 명의 제품 디자이너와 제품 개발자들이 레고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레고의 장수 비결과 기획, 제작 과정을 덴마크 레고그룹 빌룬드 본사의 디자인 디렉터 리코 크로그(38)에게 이메일로 들어봤다. 16년간 레고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그는 현재 레고 시티 라인을 이끌고 있다. 2년 앞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그들은 요즘 2014년 출시할 제품 기획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레고를 디자인하는 과정은 디자이너와 마케터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내는 브레인 스토밍으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 디자이너들이 개발하면 아이들이 직접 가지고 놀아보게 해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 중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 제품을 런칭하게 되는 거죠. 다시 한번 아이들을 불러 모아 우리가 설정한 연령대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마무리 됩니다."

레고가 80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 비결은 무엇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다는 데 있다. 레고는 제품 개발에 아이들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과정은 덴마크와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독일에서 주로 진행한다. 여자 아이들을 위한 레고 장난감으로 올해 초 출시된 '올리비아의 집'을 개발할 때는 전 세계 1,000여명의 모녀를 참여시켰다. 남자아이들이 혼자 혹은 또래와 노는데 반해 여자아이들은 엄마들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의 모녀 그룹이 참여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참여는 개발에 가장 중요하고 비중이 큰 부분이에요. 가령 경찰관이 가장 많이 할 것 같은 일에 대해서 아이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라고 답했죠. 그건 우리는 미처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레고 제품은 각국의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는다. 문화가 서로 다른데도 널리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특정한 심볼이나 표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런 기호를 많이 활용하지요. 시티 폴리스 시리즈의 경우 죄수들은 흰색과 회색의 줄무늬 옷을 입혀 죄수임을 알려주고, 경찰관은 경찰 배지와 유니폼으로 경찰임을 알려주죠. 비주얼 작업을 할 때도 죄수는 도망가고 경찰관은 쫓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누가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도록 말이죠."

레고의 각국 지사 직원들은 매년 두 차례 본사에 모여 새 제품을 면밀히 살펴본다. 그렇게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해 잘못 디자인된 부분은 매번 체크하고 수정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은 레고 본사 사무실 인테리어에도 드러난다. 한동안 인터넷에 회자가 되었던 원통형의 대형 미끄럼틀이나 알록달록한 색의 방, 사람 몸에 맞게 둥글게 파인 탁자 등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저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 모두 이 환경을 무척 좋아해요. 매 순간 창의적이어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놀이터 같은 환경은 필수적이죠.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알록달록한 방에서 동심으로 돌아가기도 하는 그들은 종종 온통 하얀색으로 칠해진 방에 들어가 모든 편견을 내려놓고 회의를 하기도 한다. 레고의 네버 엔딩 스토리가 어떻게 해서 태어나는지 짐작케 하는 풍경이다.

■ 잠실운동장서 가장 높은 탑 쌓기 대회

레고 블록으로 세계에서 제일 높은 탑을 쌓는 행사가 5월 9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호돌이광恙【?열린다. 5~13세 어린이 4,000명이 모여 50만개가 넘는 레고 블록으로 아파트 15층 높이 이상의 탑을 쌓아 올릴 예정이다.

이 행사는 덴마크의 레고 본사가 세계 각국을 돌며 여는 '레고 월드 타워' 이벤트. 1988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해 지난해까지 33개국 45개 도시를 순회하며 매년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31.6m를 쌓아 올렸다. 서울에서 열리기는 199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참가하려면 홈페이지 www.legoworldtower.co.kr에서 30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행사 마지막 날에는 덴마크 왕자 프레데릭이 참가해 마지막 브릭을 쌓아 올려 탑을 완성한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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