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아 피조사설(본보 20일자15면)이 제기됐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친형 보시융(薄熙永) 광다(光大)인터내셔널 부사장이 결국 사임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광다인터내셔널은 25일 공시를 통해 보시융(가명 리쉐밍ㆍ李學明)이 부사장 겸 집행이사직을 사임했다고 밝혔다. 광다인터내셔널은 보 부사장이 “나의 가정 배경에 관한 언론들의 보도로 회사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사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광다인터내셔널은 19일 보 부사장의 피조사설에 대해 “그는 현재 자유로운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특별조사팀이 보 전 서기 가족의 홍콩 은닉 재산을 조사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광다인터내셔널의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보 부사장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보 부사장은 다만 광다인터내셔널의 모기업인 광다그룹 부회장직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의 국영기업인 광다그룹은 은행 증권 보험 투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형 금융집단이다.
막대한 부를 쌓아온 보 전 서기의 다른 형제와 친인척도 사건의 파장을 피해가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먼저 동생 보시청(薄熙成) 베이징싱다(北京興大) 장학재단 이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그는 재단을 통해 충칭시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투자를 해 왔고, 다른 두개 기업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보 전 서기의 처형인 구왕장(谷望江)과 구왕닝(谷望寧) 역시 홍콩에서 인쇄업체들을 운영하고 있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두 사람은 중국 홍콩 카리브해 등에 총 1억달러(1,130억원) 규모의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 전 서기의 형제와 처형 등이 보유한 재산은 확인된 것만 최소 1억6,000만달러(1,800억원)이지만, 보 전 서기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해외로 밀반출하려 한 재산이 80억위안(1조4,400억원)으로 알려진 만큼 총 재산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25일 소식통을 인용,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보 전 서기측이 자신의 통화를 도청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뒤 공식 조사에 착수, 결국 보 전 서기의 낙마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홍콩 밍(明)보는 앞서 20일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류광레이(劉光磊) 전 충칭시 정법위 서기와 후 주석 판공실의 핫라인을 도청했고, 이를 안 당 중앙판공청이 지난해 당 중앙기율위의 비밀 조사요원들을 보내 왕 전 국장을 조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당시 후 주석측이 왕 전 국장에게 보 전 서기의 비리 사실 등을 건넬 경우 정상을 참작하겠다고 제의했고, 이를 보고받은 보 전 서기가 왕 전 국장을 제거하려 하자 왕 전 국장이 2월 미 영사관으로 피신하게 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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