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12월. 미국은 중국 타이어 업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 역시 곧바로 미국산 닭발에 100% 상계관세 부과조치로 맞대응했다. 이후 미국, 중국산 철강 실린더 반덤핑 관세 부과 및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반덤핑ㆍ반보조금 조사 착수→중국, 배기량 2,500㏄ 이상 미국산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반덤핑ㆍ반보조금 관세 부과 등 양국간 무역마찰 공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2.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 자동차업체를 상대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위한 조사를 개시했다. 2009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나라의 자동차 총 수출금액이 5,200만달러였는데 2010년 1억4,000만달러로 급증해 현지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관세 없는 무역평화’ 시대를 맞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보호무역주의로 무장한 무역전쟁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세계시장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평화와 전쟁이 공존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분석이다. 무역협회 김정수 국제무역실장은 “FTA의 큰 흐름 속에서도 전 세계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또 하나의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FTA를 통해 자유무역확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나라. 하지만 한편으론 외국산 제품의 대량유입에 맞서 강력한 보복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하단냉동고형 냉장고에 대해 15~30%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
미국의 백색가전업체인 월풀은 삼성ㆍLG전자 냉장고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급락하자 두 회사를 제소했고, 미 상무부는 월풀의 요구를 받아들여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무역위원회(ITC)가 이 결정을 기각해 반덤핑관세는 무효화됐지만 자국산업에 대한 이 같은 보호무역조치는 언제라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FTA를 맺었다고 해서 우리나라 제품의 대미 수출이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FTA로 한국산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반덤핑관세와 같은 보호무역규제 역시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호무역강화는 선진국 개도국의 구분이 없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국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지난 2월부터 수입사전허가제도를 전면 시행한 데 이어 국세청을 통해 수입 물량과 수입 금액에 대한 감시 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40개국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수입 규제 조치들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엑토르 티메르만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수입은 전년 대비 30% 증가하는 등 수입을 가장 많이 늘린 국가 중 하나”라며 보호무역주의 강화 비판 목소리를 일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T전시회인 ‘세빗(CeBIT)’ 개막식 연설을 통해 브라질 등 신흥국들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브라질은 현재 ▦반덤핑 관련 법령을 강화하고 ▦원산지 검증 관련 관세법과 허위 원산지 신고 규제를 엄격히 하며 ▦무역구제 담당자를 기존 3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하는 등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보호무역경향은 더 강화되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자유무역확대가 세계경제의 ‘파이’를 키울 것이란 점을 알면서도,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앞다퉈 보이지 않은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WTO에 따르면 수입규제를 위한 각국의 신규 조사개시 건수는 리먼사태 이후 연평균 200여건에 달하고 있다.
보호무역조치는 아니지만 국제카르텔(담합)에 대한 제재가 엄격해지는 것도 주목해야 할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담합으로 부과 받은 제제금액은 ▦미국에서 1조7,300억원 ▦EU에서 6,500억원 등 총 2조4,0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르텔에 관한 한 선진국들의 규제잣대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하다”면서 “자유무역이 강화될수록 카르텔에 대한 규제는 더 엄격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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