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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뇌물의 먹이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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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뇌물의 먹이사슬

입력
2012.04.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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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다. 맞고 큰 어린이가 다시 폭력부모가 된다거나 시집살이 독하게 한 며느리가 시집살이 더 시킨다는 말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듣기 언짢은 말이다.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된다는 것만큼 비극적이진 않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할 수 있고 잘못을 뉘우치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교육전문가들은 어린이가 잘못을 했을 때 따끔하게 야단치고 바로잡지 않으면 도덕관념이 흐리게 될 위험성은 분명 있다고 지적한다. 바늘을 훔쳤을 때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말 소도둑이 될 수 있다는 말이겠다.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 한 명이 학생들에게 불법과외를 하고 부정입학을 시켰으며 고가의 악기를 사게 한 후 악기상한테 구전을 받아서 경찰에 잡혔다. 그는 2004년도에도 불법과외가 적발됐으나 겨우 3개월 정직을 받고 교수로 복귀했다. 만일 그때 합당한 퇴교조치가 내려졌다면 그에게 불법과외를 받은 학생들이 실력있는 학생을 제치고 이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행적을 보면 그가 참으로 제지받지 않은 바늘도둑질을 많이도 했나 싶다. 실상 시중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1971년 동아일보 정치부기자 시절 공천에 관여한 대가로 당시 200만원의 뇌물을 받아서 구속이 됐던 경력이 있다. 그런데도 그는 정치부장까지 지냈다. 감옥생활로는 따끔한 치유가 되지 않을 경로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첫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되어 국회 청문회를 가졌을 때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며느리 불법취업 등이 문제가 됐으나 여당 의원들의 방탄엄호로 아무런 제지 없이 방송통신위원장에 임명됐다. 올해 초 자진사퇴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양아들로 불리는 측근의 뇌물수수 때문이었지만 실은 건설업체 파이시티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받은 것을 이번에 인정했다.

최고의 직위가 차관이어서 청문회를 거칠 기회가 없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도 숱한 바늘도둑의 시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역시 파이시티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에 올랐다. 그가 검찰 수사에 앞서 대구의 사무실을 깨끗이 비웠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가 분명 소도둑이라는 증거이다. 파이시티가 거물들에게 뇌물을 쓴 이유는 당시 파이시티 허가 주무관청인 서울시의 허락을 받기 위해서인데 당시 박영준 전 차관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최측근이었다.

바늘을 훔친 도둑이 처벌받기는커녕 떵떵거리고 권력 실세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그 주변 이들까지 소도둑으로 만들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뇌물을 전달한 고향 후배 이모씨의 운전기사는 뇌물전달 현장을 사진 찍은 것으로 그들을 협박해서 2억원을 챙겼다. 돈 받는 장면을 목격한 이가 받은 돈이 2억원이라면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게 간 돈은 그가 인정한 5억원이 아니라 준 사람의 주장대로 61억원이 맞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대목이다.

그들이 뇌물을 받은 2005년~2008년 어름에도 그들은 잘나가는 여론조사기관의 장이거나 서울시와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최측근이었다. 그들에게 먹고 살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뇌물에 맛들인 것은 뇌물이 나쁘다는 인식이 전혀 없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은 아마도 주변에 그런 이들로 넘쳐났기 때문일 것이다. 뇌물을 전달한 운전기사가 그들을 갈취한 것도 주변이 온통 그랬기 때문이다.

결국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이렇게 뇌물에 무감각했던 것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으로 귀결된다. 그러고 보면 뇌물 사건으로 덮여버린 민간인 사찰 기록 은폐에서도 결국 궁금증은 하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말 무죄한가. 이제 답할 때도 되었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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