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이 재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하루가 지난 26일 미국산 쇠고기 유통업체나 수입 쇠고기를 주로 판매하는 외식업체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2008년처럼 극도의 소비 위축 상황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반면 5년 전 광우병 파동 이후 단체 급식 재료를 미국산에서 호주산으로 바꾼 학교나 관공서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서울 은평구의 온ㆍ오프라인 쇠고기 전문 유통업체 A사 관계자는 이날 "온라인에서 하루 평균 20㎏ 정도 팔리던 미국산 쇠고기가 (미국 광우병 재발 사실이 알려진) 어제는 전혀 나가지 않았다"며 "오늘도 미국산을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대형 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5일 오전 미국산 쇠고기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가 같은 날 오후 판매를 재개한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주보다 미국산 쇠고기 매출이 30%나 급락했다. 마트 관계자는 "광우병 소식을 접하는 고객들이 늘어날 주말쯤이면 매출 하락세가 더 확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를 파는 식당도 손님이 적어 한산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30분 서울 관악구에 있는 100석 규모의 한 프랜차이즈 고기 뷔페 음식점을 찾은 고객은 고작 6명뿐이었다. 점주 이모(39)씨는 "지난해 구제역 파동으로 침체된 외식업계에 올해도 불경기와 선거철이 겹쳐 단체 손님의 씨가 마른 상태에서 또 다시 초대형 악재가 터진 셈"이라며 "고객들이 가급적 광우병 소식을 듣지 못하도록 TV에서 뉴스는 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 여러 부위를 합쳐 1㎏당 3만9,000원에 팔고 있는 인근 정육식당 역시 한산한 분위기였다. 업주인 조모(53ㆍ여)씨는 "가뜩이나 경기가 나빠 장사가 안 되는데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불안감으로 아예 식당을 찾지 않게 될까 봐 걱정이 크다"며 "손님들이 미국산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예 메뉴 전체를 호주산으로 바꿀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한탄했다.
반면 단체 급식을 실시하는 학교나 관공서의 구내 식당은 평소와 다름 없는 분위기였다. 서울 아현초등학교 급식실 관계자는 "국내산 한우와 육우만 사용하는 데다 원산지 표시를 해서인지 아직까지 학생들이 동요하거나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수입 쇠고기는 호주산만 사용하고 원산지를 표시하는 연세대 학생식당과 마포경찰서 구내식당에서도 "쇠고기가 미국산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서울 대학동에 사는 이모(34)씨는 "호주산이라고 표시돼 있어도 수입산 쇠고기는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동의 한 식당을 찾은 최모(33)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감을 준다"고 말했다.
한편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는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수입 조건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광우병 우려로 쇠고기 소비 자체가 감소하면 그 피해가 영세 식당과 농가에 돌아갈 수 있으니 대책이 시급하다"며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 중단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