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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안기부 터를 인권, 평화의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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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안기부 터를 인권, 평화의 숲으로”

입력
2012.04.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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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안기부 공포 탓에 남산 1호 터널을 지나질 못 한다. 이 굴다리를 넘어 끌려오는 순간 죽은 목숨이었다.”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이 26일 개최한 ‘남산 안기부 터를 인권 평화의 숲으로 만들기’ 기자회견에 참석한 임수경 19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서울 중구 남학동 옛 주자파출소 터에 서서 남산 길목의 굴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과거 공포정치의 상징이었던 남산이 어느 새 나들이길과 서울관광의 대명사로 바뀌었지만 그 모습조차 임 당선자에겐 불편하기만 하다.

남산은 1961년 5ㆍ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중앙정보부(중정)가 있던 곳이다. 73년 서울대 최종길 교수는 이곳에서 고문을 당하다 사망했고, 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이 고문을 받은 곳도 바로 남산이다. 숱한 민주인사들이 이곳에 끌려와 고통을 겪었다. 80년대 들어 중정은 안전기획부(안기부)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군사정권의 인권 유린은 그대로였다.

임 당선자 역시 21세이던 89년 방북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안기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그는 “5국(현 서울시청 남산별관) 지하 1층 110호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물고문용 욕조였다. 옆방에선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13명의 조사관들로부터 24시간 고문을 당하다 보니 나중엔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며 몸서리를 쳤다.

당시 안기부장 집무실이 있던 남산 북쪽 자락 건물은 1995년 안기부가 내곡동으로 이전하면서 10여년간 비어 있다 2006년부터 서울유스호스텔로 바뀌었다. 조사실 건물은 서울시청 별관, 서울시 도시안전실 등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도 남산 일대에는 안기부 옛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선 아픈 현대사를 확인할 수 있는 표식이 전혀 없다. 부모들이 순식간에 사라진 자식의 안위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던 주자파출소 터도 지금은 화단으로 남았을 뿐이다.

인권재단 사람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6월까지 ‘남산 옛 안기부 터를 역사의 현장으로 보전하고 이곳에 인권 평화의 숲을 조성하자’는 시민 청원서를 모은 뒤 서울시에 전달할 계획이다.

김철환 인권재단 사람 이사장은 “20, 30대에게 남산은 관광명소지만 아우슈비츠나 킬링필드 기념관처럼 남산의 아픈 현대사를 모두가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서울시가 올해 말쯤 신청사로 이전하면 남산에 있는 서울시청별관은 인권 평화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역사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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