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서 중력의 법칙을 유일하게 무시한 곳, 여타 포유동물의 형상과 달리 2차 성징 이후 지속적으로 봉긋한 형태를 유지하는 곳, 성숙한 볼륨을 유지할수록 남성들의 지지를 얻는 곳. 바로 여성의 가슴이다. 모성성의 대명사이기도 하며, 여성 섹시미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분노의 포도> 로 유명한 소설가 존 스타인백이 작품 속에 이런 말을 남기기까지 했으랴. '외계에서 온 방문객이라면 인간 출산의 중심부가 여성의 유방이라는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만큼 여성 신체에서 가슴이 차지하는 매력이 상당하다는 것의 방증이라 해석할 수 있다. 분노의>
특히 여성의 가슴이 2차 성징 이후 줄곧 봉긋한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여타 포유동물은 젖먹이기 시점에 유방이 부풀어 올랐다가 젖먹이기가 끝나면 바로 줄어들어서, 유방 팽창은 수유를 위한 기능적 측면만을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여성의 가슴은 수유의 양이나 질과 완전히 무관하며, 그 자체로 신체적 매력을 극대화한다.
물론 이 같은 '영구적 봉긋함'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여성 운동선수들은 때때로 가슴이 경기나 연습에 방해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뛰거나 달릴 때 가슴 때문에 팔과 상체를 더 자유로이 쓰지 못해 불편하기 때문이다. 마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신화적 여전사들인 '아마조네스'가 활을 자유로이 쏘기 위해 오른쪽 가슴을 절단한 것처럼, 직업적 몰입에 방해물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들과 달리 타의에 의해 가슴이 '거세'당하는 경우도 있다. 가슴에 종양이 생긴 유방암 환자들이다. 종양으로 인해 가슴의 일부 혹은 전체가 절제된 여성들의 상실감은 타인의 예상보다 훨씬 크다. 실제로 국립암센터에서 10년간 유방암 생존자와 일반인 여성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일반인에 비해 암 생존자들이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실존적 고통이 2배 가까이 심한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여성의 가슴이 갖는 의미는 남성의 선호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발견된 구석기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몸에서 가슴은 대체로 풍만하고 볼륨 있어야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이 수많은 문화권, 트렌드에 따라 변해온 것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셈이다.
최근 어려 보이는 '베이비페이스'가 강력한 뷰티 키워드가 됐지만, 몸매만큼은 성숙한 것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여긴다. 베이비페이스가 불러 일으키는 사회심리학적 보호본능에, 옷에 가려 있는 몸매의 성숙함이 결합되면 묘한 성적 매력이 발산된다. 여성의 몸이 갖는 매력은 이런 이중성의 아이러니 속에서 빚어지며, 그 중심에 가슴이 자리하고 있다.
BR바람성형외과 원장·유방성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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