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뒤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광우병이 미국에서 주로 가공용 원료로 사용되는 30개월령 이상 젖소에서 발견돼 국내 수입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비정형' 광우병이라 불안해할 일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 내 광우병 표본검사 건수가 2005년에 비해 90% 이상 줄어 100%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형과 비정형 광우병이 어떻게 다르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영순 서울대 명예교수(수의학)와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 등에게 물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Q. 정형과 비정형 광우병은 어떻게 생기나.
A. 광우병이 처음 확인된 건 1986년 영국에서다. 이건 정형 광우병(BSE)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도축해 만든 사료를 먹은 소가 걸렸다. 비정형 광우병(BASE)이 확인된 건 2003년 유럽에서다. 유전적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약 150만 마리 중 1마리 꼴로 자연적으로 생긴다. BASE에 걸린 소로 만든 사료를 먹은 소에서 첫 BSE가 발생한 걸로 추측되고 있다.
Q. 뭐가 다른가.
A. 소가 보이는 증상은 같지만,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이 조금 다르다. 정형 광우병은 뇌에 있는 프리온이란 단백질이 변형돼 생긴다. 비정형 광우병도 변형 프리온 때문에 생기긴 하지만, 정형 광우병 소의 보통 변형 프리온보다 좀더 무겁거나(H형) 가볍다(L형).
Q. H형과 L형 변형 프리온도 인체에 위험한가.
A. 바로 이 점에서 전문가들 견해가 엇갈린다. 동물실험 결과 H형, L형 변형 프리온의 병원성이 보통 변형 프리온의 약 20분의 1로 나타났다. 때문에 비정형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도 인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낮다는 예측이 있다. 그러나 병원성을 분명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은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Q. 어린 소는 비정형 광우병에 안 걸리나.
A. 일본에서 30개월 미만인 소가 비정형 광우병에 걸렸다는 보고가 1건 있었다. 이 외에는 지금까지 주로 나이 든 소에서 나타났다. 비정형이건 정형이건 30개월 미만인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은 극히 낮다.
Q. 지금까지 생긴 인간 광우병(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vCJD)의 원인은.
A. 세계적으로 환자가 220여명 나왔다. 대부분 변형 프리온이 들어 있는 피를 수혈 받거나 광우병 쇠고기를 먹어서 걸렸다. 환자들이 먹은 쇠고기의 광우병이 정형과 비정형 중 어느 쪽이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먹고 나서 수십 년이 지나야 발병하기 때문이다.
Q. 소의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만 안 먹으면 되나.
A. SRM은 뇌와 내장, 척수 등 변형 프리온이 많이 들어 있는 부위다. 정형이든 비정형이든 SRM은 당연히 위험하다. 그런데 SRM 말고 다른 부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비정형 광우병은 특히 SRM 이외 부위에서 변형 프리온이 발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이 있다. 반면 병이 진행될수록 변형 프리온이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퍼지기 때문에 일단 병이 생기면 SRM이 아니어도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Q. 섭취 말고 다른 경로로 변형 프리온이 인체에 들어올 가능성은.
A. 소의 각종 부산물은 화장품이나 의약품의 원료로 쓰인다. 피부 등 몸에 난 상처를 통해 변형 프리온이 침투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그런 사례가 나온 적은 없다. 국제사회는 광우병 소는 고기뿐 아니라 부산물을 쓰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Q. 광우병 젖소가 사료나 가공제품 같은 다른 형태로 수입되진 않았나.
A. 정부는 이에 대해 정확히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육가공 유통업계에서 어떤 제품을 취급하는지 파악이 안 됐기 때문이다.
Q. 한국인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데.
A. 인간 광우병 환자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특정 위치가 메티오닌(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 2개로 이뤄진 경우(MM형)가 많아 MM형과 광우병이 밀접한 관련이 있을 거란 추측은 국제학계에서 오래 전 나왔다. 그렇다고 다른 유형(MV형, VV형)이 안 걸린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발병이 늦다는 얘기다. 국내 한 연구팀이 건강한 한국인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MM형이 외국인보다 많다는 것도 논문으로 발표됐다. 하지만 모든 병이 그렇듯이 발병과 증상에 유전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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