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거액을 전달한 브로커 이동율(60ㆍ구속)의 실체와 행적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사건의 핵심인 돈 전달과정을 모두 알고 있는 이씨가 수사 초기보다 적극적으로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 대해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입에 관심이 집중된다.
경북 포항 출신인 이씨는 최 전 위원장과 대구 대륜고 선후배 사이로 만났고 구룡포동문회 간부로 활동하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포항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박 전 차관과도 친분을 쌓았다. 이씨는 고려대를 나왔으며 이번 사건으로 브로커 소리를 듣게 됐지만 원래는 굵직한 인테리어 사업을 연이어 수주한 잘나가는 사업가로 통했다.
이씨가 인맥을 이용한 해결사의 길로 들어선 것은 같은 대우건설 출신인 이정배 파이시티 전 대표가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던 2004년 하반기. 이씨는 이 전 대표에게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을 소개해 주면서 이 전 대표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었다. 이씨가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준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지 않아도 이 전 대표는 그가 달라는 만큼 돈을 건넸다.
이씨가 이 전 대표에게서 로비자금으로 받은 돈은 지금까지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것만 61억5,000만원에 달한다. 검찰은 이씨가 이 중 11억5,000만원을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네고, 박 전 차관에 대한 로비 몫으로 받은 10억원은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은 40억원의 대부분도 이씨가 썼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지만, 이 중 일부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게 추가로 건너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매일 이씨를 소환해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아직 흐름이 드러나지 않는 수십억원이 이씨를 통해 현 정권 고위 실세나 서울시와 서초구청의 인허가 업무 관련 고위공무원 등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확보한 수첩도 그 단서가 될 전망이다. 이씨의 수첩에는 현 정권 유력인사 10여명의 이름과 만난 날짜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 등 실세와 친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는데, 현 정권이 들어서자 권력에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그에게 몰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진술에 따라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의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