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전면시행,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실현, 뉴타운 출구 정책 입안, 청계천 재복원 결정,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종합 대책 수립….
2011년 10월27일 취임한 이래 지난 6개월간 박원순 서울시장은 숱한 정책을 쏟아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시민들에게 쓴 편지를 통해 "닥친 일들을 빈틈없이 하려고 한다. 바꿀 수 있는 일은 전광석화처럼 바꾸려 한다"고 약속한 그다웠다. 그러나 박 시장이 펼쳐온 시정에 대한 비판도 엄존한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꽁꽁 얼게 만들었다는 지적부터 돌고래'제돌이'를 방사하기로 결정해 사회적 분란을 조장했다는 비난까지 그 내용도 다양하다.
한국일보는 26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시장과 25일 인터뷰를 갖고 그간의 소회와 그가 앞으로 이끌어갈 시정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6개월을 돌아볼 때 미흡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서울시 업무라는 게 너무 방대하다. 천만 서울 시민의 삶의 모든 부분을 다 책임지고 있기에 앞으로 잘해야 하는 부분이 정말 많다. 복지 정책은 더 잘하고 싶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여전히 많다. 그 다음은 도시 안전에 관한 것이다. 여름철 수해 방재 대책을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예산도 많이 들어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해결하고자 하는 점이 있다면.
"전임 시장들뿐만 아니라 전국 지자체 단체장들이 임기 중에 뭔가 번듯한 성과를 내놔야 한다는 강박관념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무리가 뒤따르고 문제가 생긴다. 때론 전임자들이 해 놓은 일을 잘 이어가고, 때론 철회하고, 때론 마무리하려고 한다. 기본과 상식에 부합하는 시정을 이끄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내 임기중에 시민들을 놀래 킬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것 같다는 우려도 있는데.
"언론에서 그렇게 끌고 간 측면이 크다. 사람들은 내가 재개발ㆍ재건축을 안 한다고 알고 있다. 그건 오해다. 내가 언제 뉴타운 완전히 없앤다고 했나. 오히려 길을 터주고 주민들이 원하면 행정적으로 지원해준다는 게 목표다. 주민들이 원하면 추진 속도를 빨리 해서 뉴타운 개발이 될 수 있게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해제해 주겠다는 것이다. 단 해당 주민들이 바라는 것을 최대한 반영하되 역사와 생태성, 경관 등 도시 전체의 공공성을 고려한 관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 뉴타운으로 인한 갈등으로 서울시 곳곳이 난리였지만 출구 전략이 발표된 이후로 상대적으로 조용해졌다. 누구든 만나고 소통하면서 양보하고 조정해 6개월 안에 이 정도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았나. 이 이상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 가."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풀 것인가.
" 9호선 문제는 간명하다.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계약에 잘못된 부분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계약은 한 번 하면 지켜져야 하다. 그래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서 주민 이익을 지켜주려고 협상 중이었다. 그런데 서울메트로 9호선 측이 인상통보를 하면서 자충수를 뒀다. 시민들에게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 사과한다면 협상에 충분히 응할 생각이다. 이 문제를 더 끌어서 서울시가 오히려 계약 위반으로 문제가 되거나 시민의 불편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입장이다."
- 최근 불거진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로비 의혹은 어떻게 보는가.
"서울시가 복잡하고 다양한 기관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어디든 비리나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전임 시장 시절 여러 문제들이 시의회에서 제기되고 조사해보니 실제 그런 게 많았다. 그러나 파이시티 같은 큰 문제들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주도 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외부에서 온 정무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적 판단으로 추진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시장이 뭐라고 해도 실무적으로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임 시장들과의 차별화나 선 긋기에 대한 입장은.
"나는 웬만하면 전임 시장의 정책을 그대로 하라고 말한다. 행정의 연속성을 파괴해서는 일이 되는 게 없어서다. 서울시정의 방대한 영역을 어떻게 사사건건 뒤집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가.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모든 것을 다 뒤집어 엎었다. 바로 이점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 안철수 소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어떤 식으로 지원할 것인가.
"안철수 소장은 기업을 통해서 본인의 철학을 지켜온 분이다. 그런 안 소장으로부터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많은 도움을 받아 대선에 출마 한다면 인간적으로 안 도와줄 수 없다. 하지만 민주당통합당 당원으로서 예비 대선 후보들과의 관계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때문에 누구를 예컨대 100% 지지한다 이렇게 얘기하긴 굉장히 어렵다. 더군다나 서울 시장으로서 이번 대선에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은 제한돼 있다. 정신적인 지원은 몰라도 물리적 지원은 불가능 하다."
-박 시장 역시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세간의 관측도 있다.
"지금하고 있는 일에 정말 헌신하고 올인 하다 보면 그 다음 길은 저절로 나타난다고 본다. 그래서 미래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서울시정을 잘 이끌어가는 것이 다음 길을 준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길은 다양하게 열려있다."
- 6개월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굉장히 열심히 잘 해왔다고는 생각하는데 욕심에는 전혀 못 미친다. 이제 뭐 시작이니까 50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목표는 100점이다."
인터뷰=장학만기자 local@hk.co.kr
정리=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 "박원순 6개월 부분적 성공" 평가, "주택·복지정책 더 면밀해야" 비판도
"지난 6개월간의 서울시정은 '부분적 성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6개월 평가와 전망 토론회'가 참여연대와 강희용 서울시의회 의원의 공동주최로 24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와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이 발제를 맡고 배기남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 등 6명의 전문가가 토론자로 나선 이날 토론회는 박 시장의 지난 6개월을 '부분적 성공'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박원순 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 됐다. 토론자들은 ▦전문적 연구검토 없이 발표 되고 있는 대안적 주택 정책 ▦ 뉴타운에 대한 대안과 비전에 대한 합의 없이 단편적인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 ▦ 희망온돌 프로그램의 한계 ▦ 이벤트 중심의 복지 활동 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강희용 서울시의원은 "토목 사업 자체를 죄악시하는 등 이명박ㆍ오세훈 전 시장의 정책에 대한 역편향 현상과 기류가 지나쳐 보인다"며 "여론에는 지나치게 예민해 다소 즉흥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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