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표기 방식을 놓고 한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25일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 (IHO) 총회는 하루 종일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논란이 있는 부분은 기존 표기를 준용하자’는 일본 측 제안이 부결되면서 한국에 조금씩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에 속개된 회의에서 일본 측은 “53년 S-23 책자 3판을 기준으로 부분적으로 개정하되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은 그대로 놔두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한일 양국간 논란이 계속되는 동해(East Sea) 표기의 경우 결론이 나지 않으면 현재처럼 ‘일본해(Sea of Japan)’ 단독 표기를 유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
예정에 없던 제안이 나오자 알렉산드로 마라토스 의장은 의사규칙에 따라 표결에 부쳤고,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져 부결됐다. 의장은 26일 회의를 다시 열어 동해 표기 문제를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회는 27일까지 열린다.
앞서 오전 9시에 회의가 시작되자 한일 양국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우리 대표단은 ‘동해’ 병기 표기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이를 통한 책자 4판의 조기 발간을 촉구했다. IHO는 이 해도집을 국제수역 명칭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1953년 3판을 끝으로 발간이 중단됐다.
한국은 또 과거 IHO와 유엔에서 ‘2개국 이상이 공유하는 지형은 단일 명칭을 사용하도록 합의하되, 안되면 각기 다른 명칭을 병기한다’고 결의한 내용을 인용하며 78개 회원국을 설득했다.
반면 일본은 국제사회가 지난 80여년 동안 일본해라고 단독 표기해 온 현실적 우위를 앞세웠다. 하지만 다수의 회원국은 “현재의 S-23 책자에 오류가 많아 개정판 발간이 시급하다”며 반대했다. 실제 이날 미국이 제안한 ▦동해 규정을 공란으로 남긴 2002년 초안 채택 ▦개정 없이 현행판 유지 ▦현행판 내용의 항목별 재정리 등 3가지 방안 모두 철회됐다.
김웅철 북한수로국 부국장이 수석대표로 참석한 북한 대표단도 현지에서 우리 측과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며 병기 표기에 힘을 실었다. 다만 북한은 ‘조선동해(East Sea of Chosun)’라는 표현을 선호해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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