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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탄총 개조 쉽지…" 권총·장총 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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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탄총 개조 쉽지…" 권총·장총 즐비

입력
2012.04.2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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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을 깰 정도라면 '극악튜닝'을 한 거죠. 시중에서 파는 BB탄총으로는 원래 종이 한 장 뚫을까 말까 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5일 서울 청계천 완구거리. 서바이벌 게임용 총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다는 이 거리에선 상점마다 1만원 내외의 저렴한 권총부터 수십만짜리 고급 게임용 장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BB탄총을 내놓고 팔고 있었다. BB탄총 전문가라는 한 상점의 주인 이모(40)씨에게 T사의 모의권총 글락26 제품에 대해 물었다. 글락26 제품은 백모(42)씨가 가스를 주입해 화력을 높인 뒤 최근 강남 등지에서 쇠구슬을 난사했던 문제의 모의권총이다. 이씨는 "1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는 저가 제품이고 힘이 약해 종이 한 장 뚫기도 힘들다"며 "글락을 찾는 서바이벌 매니아들은 대부분 튜닝을 해서 쓴다"고 설명했다. 청계천에서 구한 모조 권총의 위력은 일반 권총의 30~40%에 이른다는 경찰의 설명을 전해주자 이씨는 "개조된 총기는 황학동 벼룩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오후 황학동 벼룩시장. 군용칼이나 버튼을 누르면 칼침이 나오는 흉기 등을 파는 곳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 곳에 한 상인은 "이곳에서 부품을 구해 실제 총도 만드는데 모조 총이 없겠냐. 수 십 년 전부터 이곳은 총기 마니아들에게 성지와 같은 곳으로 부품만 있으면 실제 총도 만든다. 다만 쇠구슬 난사범 파문 이후 많이 보이던 BB탄총 파는 곳과 찾는 손님들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불법 모의 총기류가 버젓이 시장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것도 문제지만 최근 불법 개조 총을 즐기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증, 우려를 낳고 있다. 서바이벌 총기 마니아들이 크게 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총기 마니아 박모(33)씨는 "인터넷에 개조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굳이 개조된 총을 사지 않아도 모조 총의 파괴력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씨가 소개해 준 한 개조 전문 사이트의 '튜닝 상담' 게시판에는 BB탄총의 종류별 튜닝 방식은 물론 필요한 부품을 구하는 법까지 상세히 설명돼 있다. 게다가 이 사이트 운영자는 개조비 1만5,000원에 부품값을 입금하는 조건으로 직접 개조도 해 주고 있었다.

시중에 판매되는 BB탄총의 위력은 법 상 0.02kgm(1kgm은 1kg을 1m 보낼 수 있는 힘)을 넘지 않도록 돼 있다. 사람이 맞아도 따끔거리는 수준이다. 하지만 튜닝을 하면 성능이 확 달라진다. 박씨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스프링 보다 탄성력이 2~4배 뛰어난 스프링을 장착하고 이를 견딜 수 있게 레버(지렛대) 등으로 총기 부품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BB탄이 맥주 캔을 관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가스 주입식 BB탄총은 발사력을 제어하는 '파워브레이크'만 제거해도 4배 이상으로 성능이 커진다고 한다. 여기에 일반적인 가스 대신 파워가스를 혼입하면 그 위력이 상상 이상이라 사냥용으로 쓸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BB탄총 개조는 엄연히 불법이다.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단속법 상 탄환 무게 0.2g 초과, 발사된 탄환의 파괴력이 0.02kgm를 초과하는 것 등을 모의총포로 규정하고 이를 제조ㆍ판매ㆍ소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는 BB탄총들은 약간만 개조해도 모의총기에 해당된다"며 "모의총기는 제조ㆍ판매는 물론 소지만해도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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