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14일 금융감독원과 국민권익위원회(국민신문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인터넷 민원을 접수했다.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불법적으로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개발사업권을 뺏어가려 하니, 금감원이 조사권을 발동해 합당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전 대표는 민원을 통해 "대출을 주선한 우리은행은 2010년 8월 개발사업의 연대보증인인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자동차판매가 워크아웃을 신청하자 시행사인 파이시티를 부당하게 파산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파이시티가 신청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데도, 채권단과 회생관리인이 결탁해 자신을 사업에서 배제하고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이 전 대표의 민원 제기 후 열흘쯤 지난 지난해 11월23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청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장은 25일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에서 금감원에 민원을 낸 게 있는데 신중하게 잘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권 원장은 "이후 실무라인을 통해 알아보니 이미 처리가 끝난 일이라 그냥 뒀다"고 해명했다.
권 원장은 지난해 12월15일 담당 부서의 공식 보고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최 전 위원장이 전화한 날로부터 3주남짓 지난 시점이다. 보고서에는 '사법기관의 수사사항 및 법원의 회생관리인 선임의 공정성, 법원의 회생절차 중인 사안에 대해 간여하기 곤란하다는 회신을 보내고 민원 처리를 종결했다'고 적혀 있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12월5일 법원이 회생계획을 인가해 민원이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권재진 법무부장관도 최 전 위원장의 청탁 전화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전 위원장은 2010년 10월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표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잘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2010년 11월 구속수감됐다가 이듬해 2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권 장관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고 민정수석 때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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