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이 기술유출 문제로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됐다. 40년 우정을 쌓아온 두 회사가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신일본제철은 지난 19일 "포스코가 변압기 등에 사용하는 고성능 강판 제조기술을 부정하게 빼갔다"며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 이 신문은 또 신일본제철이 미국에서도 포스코를 상대로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신일본제철이 문제 삼은 분야는 고성능 전기강판이다. 포스코가 이 전기강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획득한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활용했다는 것이 신일본제철의 주장이다.
신일본제철은 소송에서 무려 1,000억엔(1조4,000억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고성능 강판의 판매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측은 발끈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이 있지도 않은 기술유출 문제로 포스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신일본제철이 수익성이 높은 전기강판 시장에서 포스코에 위협을 받자 견제차원에서 소송을 낸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전기강판은 신일본제철이 차세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삼는 기술이다. 최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 쓰이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가장 각광받는 미래 철강소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전기강판은 세계적으로 포스코와 신일본제철, 아르셀로미탈 등 몇몇 대형 철강사만이 생산할 수 있다.
신일본제철은 현재 전세계 전기강판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 역시 2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린 상태다. 일반 철강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익성 높은 전기강판 시장을 둘러싼 경쟁의 심화가 이 같은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사실 신일본제철의 소송 제기는 포스코와의 오랜 우정을 감안했을 때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애초 1970년대 포스코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지휘 아래 포항제철소 1, 2기 고로(용광로)를 지을 당시 신일본제철은 적극적으로 기술을 이전해줬다. 또 제철소 건설과 설비 구매 등에도 적극 협조하는 등 양사는 40여년간 우정을 이어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아르셀로미탈 등 유럽 철강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강화되자, 양사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까지 교환하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지분 3.5%, 신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서로 경영권 안정을 돕는 '백기사'(우호주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은 협력이고 경쟁은 경쟁이니까 소송제기가 곧바로 제휴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철강시장 경쟁이 양사의 오랜 우정에 금을 가게 한 것은 맞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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