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부터 미국산을 끊고 호주산만 가끔 먹었는데, 이젠 값이 비싸도 한우만 먹기로 했어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25일 서울역 롯데마트 육류코너는 한산했다. 생필품이나 식음료 등 다른 코너가 각종 세일 행사로 붐비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우를 사러 온 손님들만 간간히 보일 뿐이었다. 주부 정모(39) 씨는 "또 다시 광우병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니 이젠 수입산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마트 측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가 나란히 진열돼 있던 수입육 매대는 모두 호주산 제품으로 교체했다. 매장 한 켠에는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을 내붙였다. 마트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를 모두 창고에 보관하고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판매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비롯한 상당수 유통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판매를 중단했다. 기업형 슈퍼마켓 중에선 GS수퍼마켓와 롯데슈퍼가 동참했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을 감안,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재 각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전체 쇠고기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약 10% 수준. 한우가 60%, 호주산이 30%인데 반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된 뒤 점차 떨어지다가 지난해 구제역 파동의 영향으로 다시 소비가 회복되던 추세였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광우병 관련 뉴스가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지나치게 부추길까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제가 된 소가 미 캘리포니아산 젖소라는 점 때문. 한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전체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 수입되는 상품은 젖소가 아닌 육우여서 사실상 위험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이마트 등 일부 업체는 곧바로 판매 중단에 들어가지 않고 정부 발표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홈플러스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가 오후 늦게 다시 재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시 반복된 먹거리 안전 우려로 외국산 쇠고기 소비를 줄이겠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직장인 김모(37)씨는 "20여년 전부터 미국은 물론 영국 등 유럽에서도 광우병 걸린 소가 발생했는데 여전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주부 김모(30)씨는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도 캘리포니아와 비슷한 도축 시스템과 사육 환경인 걸 감안하면 이번 미국 광우병 사태를 절대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늦게 검역 및 수입 중단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소식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한 시민은 "정부는 미국과 FTA 체결 전, 안전성 논란을 피해 퍼주듯 쇠고기 수입을 결정하더니, 이렇게 문제가 터져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게 맞냐"고 말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미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요구하는 등 개방 압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정부는 이에 굴하지 말고 당장 수입 중단조치를 취하고 졸속으로 마련한 수입위생조건 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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